[돈 버는 탄소 중립 (20)] 히트펌프에 주목하다 (下) - 한국 히트펌프 시장 부진, 돌파구는 아파트 재건축과 중앙 공조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2.13 00:30 ㅣ 수정 : 2025.02.13 10:31

[기사요약]
히트펌프는 에너지 효율 높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유럽과 미국 등에서 채택 늘고 있어..
한국에서는 초기 설치비 부담, 도시가스 인프라,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 등이 도입의 걸림돌
중앙냉난방 방식과 정부 지원 결합하면 신축·재건축 아파트에서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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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관련 분야의 일선 기업들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및 에너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를 찾고 있지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ESG 금융의 물꼬를 제대로 된 수요처로 초기부터 잘 잡아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본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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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onstruction placements]

 

[뉴스투데이=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편에서 소개한 건물부문의 히트펌프 전면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겐 낯선 기술이기는 하다.

 

예컨대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중에서도 유독 히트펌프와 관련된 정책 방안이 없는데, 여러 가지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히트펌프 도입 걸림돌 - 초기 설치비용, 도시가스 인프라, 기후 측면, 아프트 중심 주거 등

 

우선 떠올릴 수 있는 원인으로, 히트펌프는 초기 설치비용이 높은 데 한국에선 정부의 충분한 지원 없이는 자비로 초기에 목돈을 들여 에너지 효율을 중시할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더 근본적 원인으로는 한국의 도시가스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어 가스보일러의 설치와 운영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한 가스보일러를 선호하며, 히트펌프로 전환하려 하질 않는다.

 

기후적 측면에서도 단점이 있다. 한국 가정은 주로 겨울 난방용으로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며,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냉방을 한다. 겨울의 경우 가스와 대비해 전술(前述)한 이유가 있고, 특히 한국의 여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 히트펌프의 장점을 상쇄시킨다.

 

공기를 식히고 덥히는 히트펌프의 방식이 추위가 긴 북미에서는 적합할 수 있지만 엄청난 습도를 몰고 오는 한반도의 여름에는 공기 중 습도 제거(제습) 기능이 에어컨에 비해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습한 여름에도 히트펌프 채택률이 높은데, 이는 일본은 전기 기반 난방이 주류라, 히트펌프의 전기 효율성이 기존 시스템 대비 더 매력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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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livet]

 

게다가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고층 주거 문화로 인해 히트펌프 설치 공간이 제한적이다. 특히 공기열 히트펌프는 실외기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고, 지열 히트펌프는 대규모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에 신축을 중심으로 히트펌프가 대유행하고 있는 미국은 단독 주택이 주류를 이루며, 히트펌프 설치를 위한 실외기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 게다가 넓은 토지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히트펌프의 효율이 두드러져 더 쉽게 채택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게 가장 큰 걸림돌일 수도 있다.

 


• 한국에 히트펌프 전면 도입, 아파트에서 중앙냉난방 방식 활용해야..

 

하지만, 상업용 건물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앙 냉난방식 공조시스템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문제도 극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파트에서 중앙냉난방식을 사용하면 히트펌프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중앙냉난방은 하나의 큰 히트펌프 시스템이 아파트 단지 전체 또는 한 동 단위의 냉난방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개별 가구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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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onstruction placements]

 

신축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 히트펌프 시스템을 포함하도록 설계하면 되지 않을까. 공용 히트펌프 설치를 염두에 둔 배관 설계와 단열을 강화해 아예 제로에너지 건물(ZEB)의 설계에 도입하는 것이다. 히트펌프를 포함한 고효율 에너지 설비와 태양광, 배터리 등을 결합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이다.

 

아파트 단지 내 공용 공간(옥상, 지하 주차장 등)에 히트펌프 실외기를 설치하고, 중앙난방 방식으로 운영해 각 가구가 난방과 냉방을 공유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물론 기존 에어컨처럼 발코니 공간을 활용해 가구별 소형 공기열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경제성 때문에 채택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열 히트펌프는 지하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해 열을 교환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건물 지하에 열 교환 파이프를 매설해야 하므로, 단독보다는 아파트 단지 전체가 함께 설치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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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아파트 옥상에 히트펌프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출처=myclimate]

 

요컨대, 한국에 히트펌프를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에서 중앙냉난방 방식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과 주민들의 경제적 이점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공용 히트펌프 설치, 스마트 제어 시스템, 재생 가능 에너지와의 연계, 그리고 정부 지원 정책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접근은 한국 아파트의 에너지 전환 및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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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민(Yu, Jongmin) 프로필 ▶ 미국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겸임교수 / 환경부 배출권 할당심의위원회 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외부사업 자문위원 /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전)한국은행 조사역 / (전)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전)기획재정부 뉴딜실무지원단 자문위원 / (전)환경부 중앙정책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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