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아워홈 인수 본격 착수...'성장 전략·경영인 부재' 걸림돌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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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워홈 상장을 조건으로 사모펀드 투자까지 얻어내 사업 운영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다만 아워홈의 최근 성장 배경에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있는 만큼 그의 공백을 메우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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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미현 아워홈 회장, 이외 특수거래인 2명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골자는 주당 6만 5000원에 이들 지분 58.62%를 약 8695억 원에 사들이는 것이다. 한화는 지분 50.62%(7500억 원)를 우선 취득한 후 2년 내 8.00%(1187억 원)를 추가 매수할 계획이다.
지분 50.62%에 대해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물론 한화 계열사, 사모펀드까지 나서서 돕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1400억 원에 계열사 차입금을 합쳐 2500억 원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ICS) 2500억 원 △우리은행이 주관한 인수금융 2500억 원 등을 모아 책임지는 구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자 비용과 재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도 아워홈 인수에 단호한 입장이다. 경영상 전략적으로 한화가 아워홈을 성장시켜 충분히 변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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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IMM크레딧솔루션은 향후 5년 내에 아워홈의 기업 가치를 2조 원으로 올려 상장하는 조건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투자했다. IMM크레딧솔루션이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재무적 투자자로 등장한 만큼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워홈의 성장성은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의미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사모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다는 건 아워홈 인수 이후 한화가 보여줄 경영적 시너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방증"이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그를 통해 투자자들도 수익을 볼 것이라 분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겐 투자 조건인 '상장'도 좋은 선택지다. 상장으로 신주를 발행하며 주주들의 돈을 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채무를 변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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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워홈의 최근 실적도 한화에겐 긍정적인 인수 요건으로 작용했다. 아워홈의 영업이익은 2023년 942억 9407만 원으로 2022년 대비 75.7% 신장했다. 동기간 당기순이익은 707억 3465만 원으로 2022년 대비 175.97% 올랐다. 매출액은 1조 9834억 원으로 2022년 대비 8.06% 증가했다. 아워홈은 생산 능력과 식자재 유통망을 갖추며 최근 국내 급식업체 3위로 입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한화에게 남은 문제는 아워홈 성장 전략이다. 한화는 아워홈과 식자재 및 푸드테크 사업을 운영해 갈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주도하는 인물은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인데, 김 부사장은 푸드테크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한화푸드테크와 협업하며 그룹 내 F&B 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아워홈의 급식 사업과 한화푸드테크, 한화로보틱스의 기술력을 합쳐 사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한화로보틱스는 대구 논공휴게소에 조리로봇을 설치한 만큼 아워홈과 푸드테크 사업을 본격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의 호실적을 이끈 인물이 현재 부재하다는 것도 한화에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간 아워홈의 성장 뒷배경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있었다. 구 전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대 및 푸드테크 강화 전략으로 아워홈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구 전 부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아워홈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며 파트너십 체결을 활발히 전개했다. 특히 2023년엔 중국의 주요 고객사와 사내 식당 수주 계약을 맺으며 매출 성장을 실현했다. 현재는 구 전 부회장이 오너 일가 분쟁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에 한화가 아워홈의 매출이나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채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 당장은 계열사에서 자금을 출자하기 쉽겠지만, 상장이 늦어지거나 아워홈의 실적이 하락한다면 계열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 변호사는 "지금 당장은 계열사와의 재무 구조가 중요하진 않겠으나, 투자 조건이었던 상장과 아워홈 경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계열사 주주들의 비난까지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구지은 전 부회장은 주식매각금지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업계의 추측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