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해외사업 '발목' 1조 손실…모회사 현대건설까지 '적자' 늪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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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받는 등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모회사인 현대건설의 실적까지 적자로 끌어내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추진했던 시기의 공격적인 수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23일 2024년 연간 연결 실적을 공개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32조6944억원, 신규 수주 30조5281억원, 영업손실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
■ 현대엔지니어링의 1조원 대 손실, 모기업 ‘어닝쇼크’ 나비효과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1조원 대를 넘어선 영업이익 적자전환을 '쇼크'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4분기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반영이 자리하고 있다. 손실의 대부분은 현대건설이 아닌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2401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진한 성적표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2일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기평은 "작년 4분기 해외 플랜트 손실이 반영돼 부채비율이 작년 9월 114.8%에서 12월 말 243.8%로 올랐다“며 ”사업 및 재무안정성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인 점을 고려했다"고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AA-등급 장기신용등급에 대해 하향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신평은 “대규모 손실 탓에 재무안전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과 2021년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 9월 약39억7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21년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약 2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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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문제가 된 지역에서 원가 상승분에 대해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발주처와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며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실까지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상세설계까지 맡아 진행 중”이라며 “공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물량이 증가했고 발주처의 공사기간 단축, 설계 변경과 같은 요청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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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설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자재와 인력이 투입됐고 공기 단축, 설계 변경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며 손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채권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9년 3809억원이던 미청구공사채권은 지난해 9월 말 2조2307억원까지 치솟았다. 공시미수금 역시 2023년 1조8291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1조 수준(1조6235억원)을 유지 중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해외 수주의 경우 예상보다 물량이 웃도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공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그런 식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 IPO 추진 위한 무리한 수주?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참패하며 없던 일이 됐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들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모든 원인이 IPO에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들은 투자자들에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외형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건설업의 경우 수주 잔고는 미래 매출과 이익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수주를 진행했고, 결국 지금의 상황까지 초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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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우정 신임 대표이사 사장의 선임 소식을 알렸다. 그룹 내 최고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은 주 사장은 2018년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실적 개선에 큰 공을 세운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밝힌 선임 배경은 지금 상황의 이해를 돕는다. 현대차그룹은 “주우정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 인물”이라며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손실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공사기간이 남은 만큼 조금씩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의 경우 한 번에 털어버리려는 듯 보인다”며 “애초에 ‘재무통’으로 불린 주우정 대표를 앉힌 것도 재무제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