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1.13 05:00 ㅣ 수정 : 2025.01.13 05:00
SAF로 항공 산업 탄소 중립 선도 에쓰오일·GS칼텍스, 바이오 연료 사업 확장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선박유로 해운 산업 공략
2025년은 연초부터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탄핵 정국을 맞았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한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 등 악재가 겹쳐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새해 벽두부터 대내외 변수가 난무하는 을사년(乙巳年) 산업별 시장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이 새해를 맞아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와 바이오 연료를 중심으로 글로벌 친환경 연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1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이 연료는 항공 산업의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를 실현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SAF는 주로 항공 연료로 사용되며 폐식용유와 농업 폐기물 등 지속 가능한 자원을 주로 활용해 생산한다.
특히 바이오 연료는 항공뿐만 아니라 해운,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어 해운 산업에 사용되는 바이오선박유도 향후 사업이 유망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각사 기술력과 경영전략을 기반으로 △SAF 생산 및 활용 △바이오 원료 개발을 통해 항공과 해운업의 탈(脫)탄소화를 이끌어 세계 무대에서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 SAF, 35조 원 시장 선점 위한 필수 연료
SAF는 기존 항공기 엔진이나 연료 시스템을 개조할 필요가 없어 경제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장잠재력을 입증하듯 IATA는 SAF의 글로벌 수요가 2025년 약 80억 리터에서 2050년 4490억 리터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어큐멘 리서치 앤드 컨설팅(Acumen Research and Consulting)' 자료에 따르면 SAF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4억3060만달러(5598억원)에서 2032년 274억890만달러(35조6316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항공과 해운 산업의 탄소 배출 저감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은 SAF와 바이오 연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오일뱅크는 SAF 상업 판매와 바이오선박유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일본 무역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전일본항공(ANA)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 SAF 상업 판매에 성공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에 따라 저탄소 바이오 연료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ISCC EU 인증을 준수한 사례로 큰 의미를 갖는다. ISCC EU는 바이오연료 국제 저탄소 제품 인증제도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AF 생산에는 EU의 ISCC EU 인증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에 기반한 ISCC CORSIA 인증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며 "SAF 국제인증인 ISCC CORSIA는 항공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SAF 생산을 인증하는 제도로 두 인증 방식 모두 품질 차이는 없지만 각 인증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활용 분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에쓰오일도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 생산에 필요한 ISCC 인증을 획득해 친환경 연료 시장 진출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에쓰오일은 SAF와 바이오 연료를 활용한 시범 생산을 통해 제품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국제 기준을 준수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또한 에쓰오일은 폐기물 기반 바이오연료 실증 사업에도 집중해 ISCC CORSIA를 획득했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SAF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SAF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업체는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원료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혀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시장에서 SAF 수출 확대를 위한 추가 계약 체결을 발표해 SAF의 국제적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이 'SAF 최초 공급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정유업계는 과점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친환경 연료시장을 놓고 지금 같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풀이했다.
■ 11조원 바이오선박유, 해운 산업 친환경 연료 대안
바이오선박유도 국내 정유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연료다. 이 연료는 선박 엔진을 개조하거나 연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과 경제성이 탁월하다. 또한 기존 선박유 공급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SAF 생산 및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해운 산업에서 사용되는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 수출에도 성공하며 친환경 연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국내 선사에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한 데 이어 12월 대만 선사 양밍에 바이오선박유를 수출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양밍에 이번에 공급된 바이오선박유는 황 함유 비율이 0.5% 이하인 초저유황중유를 기반으로 생산됐다. 이는 별도 탈황설비 없이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충족할 수 있어 기존 고유황중유 기반 바이오선박유보다 환경 규제 대응력과 시장 선호도가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바이오선박유 시장은 2024년 약 39억 달러(약 5조 원)에서 2034년 약 8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로 연평균 약 7.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선박유 공급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IEA 자료를 살펴보면 운영 중인 시설부터 건설 중인 시설, 계획 단계에 있는 시설까지 다양하다"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평택과 울산에 여러개의 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물류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망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바이오선박유 공급자로 자리 매김해 국내외 해운사의 친환경 전환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