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미래 먹거리 '전고체 배터리' 공략 가속페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9.12 05:00 ㅣ 수정 : 2024.09.12 05:00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 2030년 54조원 대로 커져
LG에너지솔루션, 서두르지 않는 꾸준한 연구개발 행보 잇따라
삼성SDI, R&D 비용 최대 규모로 2027년 양산 목표
SK온, 美기업과 협업 추진해 관련 기술력 확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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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최윤호 삼성SDI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육성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전기자동차가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배터리 포비아(Phobia 공포증)'가 두드러진 가운데 배터리 성능을 대폭 개선한 전고체 배터리로 다가올 '전기차 전성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경영 전략의 하나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꿨다. 이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을 낮추고 주행거리도 늘어나 흔히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물성에 따라 산화물계·고분자계·황화물계로 분류되는데 배터리 3사는 모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황화물계는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아 전기차용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 셈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2년 2750만달러(약 370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달러(약 54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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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의 2022·2023년 연구개발비 현황 [사진=뉴스투데이]

 

■ LG에너지솔루션, 2030년 '리튬-전고체 배터리' 투트랙 추진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대표 김동명·사진)은 전고체 배터리를 오는 2030년 양산하는 사업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주력 사업인 리튬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까지 생산하는 '투트랙'을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리튬배터리)를 540GWh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 전기차를 비롯해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에서 가장 상용화된 배터리가 리튬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 배터리 기술력을 더욱 높이면서 차세대 먹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했다"며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서두르지 않고 첨단기술 축적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2030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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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배터리의 구조적인 차이 [사진=포스코그룹]

 

이러한 사업 로드맵을 뒷받침하듯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당시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전무)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경쟁업체에 비해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를 제대로 연구해 개발하려면 이를 위한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제영 CTO는 또 "전고체 배터리를 제대로 연구개발(R&D) 하려면 여러 기술적 선결과제가 있다"며 "전해질과 음극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적인 생산 공정과 가격 그리고 성능이 개선된 소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용화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화물계 소재는 수분에 취약하고 구동에 엄청난 압력이 필요해 기존 생산 환경과 공정을 바꿔야 한다”며 “양산 이전 단계인 시제품을 만들 기술력 뿐만 아니라 셀을 대형화하고 자동화에 가까운 대량생산 공정기술을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 배터리 연구팀은 2020년 말 서울시 마곡으로 이전하고 인력도 다수 충원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 연구팀 외연이 확장되면서 이에 따른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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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이 공동개발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조감도. 이 배터리는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와 공동 연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2021년 개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유용하지만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할 수 있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서 도전재(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사이에서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물질)와 바인더(도전재롤 고정시키는 장치)를 제거하고 5um(마이크로미터) 내외 입자 크기를 가진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용량이 10배 이상 많아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필수 소재로 손꼽힌다. 다만 이 음극재는 충전이나 방전 과정에 부피가 크게 바뀌어 실용화에 까다로운 소재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500번 이상 충전과 방전을 통해 잔존 용량이 80% 이상이고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약 40% 높인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기술적 진보를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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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종합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화 준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남지완 기자]

 

■ 삼성SDI, R&D에 거액 투자해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시대' 연다

 

삼성SDI(대표 최윤호·사진)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올해 3월 초에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첫 번째 시제품을 2023년 12월 완성차 업체 3곳에 제출했다"며 "이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주영 부사장은 “삼성SDI는 완성차 업체들과 3∼4년에 걸친 공동 개발을 진행해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차량에 탑재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첫 전고체 배터리 샘플 시범 사용을 통해 2027년 양산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윤호 사장은 같은 달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계획대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SDI 경영진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R&D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지난해 말 ‘ASB(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했다. 

 

ASB 사업화 추진팀은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안에 직속된 조직이며 고주영 부사장이 팀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삼성SDI는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해 오랜 기간 축적해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사업 청사진을 내놓은 셈이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뽐냈다.

 

삼성SDI는 독자적인 무음극 기술과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900Wh/L)를 갖춘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9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기술 △초장수명 배터리 기술 등을 차례대로 확보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당시 최윤호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와 초급속 충전, 초장수명 특성 등 미래 배터리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며 “삼성SDI의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이러한 자신감은 그동안 투자한 배터리 연구개발(R&D)비용이 잘 보여준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국내 빅3 전기차 배터리업체의 R&D 비용은 △삼성SDI 2022년 1조764억원, 2023년 1조1363억원 △LG에너지솔루션 2022년 7896억원, 2023년 1조374억원 △SK온 2346억원, 3007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막대한 R&D 투자를 기반으로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주도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2027년 전고체 배터리가 생산되면 이는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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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과 협력 관계에 있는 솔리드파워는 고밀도(High Energy), 안전(Safer), 장수명(Longer Life), 비용감소(Cost Savings)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솔리드파워]

 

■ SK온, 전고체 배터리 양산 위해 관련 기업과 협업 본격화

 

SK온은 '흑자 전환'과 '전고체 배터리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2026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해 SK온은 기존 리튬 배터리 사업 강화를 통해 흑자로 돌아서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SK온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SK그룹 계열사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SK온은 오는 11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다음해 2월에는 SK엔텀을 각각 흡수합병한다.

 

회사 몸집 키우기를 통해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생산 기반을 갖출 방침이다. 

 

오는 2029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는 SK온은 SK그룹 계열사는 물론 다른 기업과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이를 위해 SK온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2021년 3000만달러(약 400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또한 SK온은 올해 초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솔리드파워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및 파일럿 라인 공정 관련 기술 전부를 R&D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K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솔리드파워는 SK온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하고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돕는다"며 "이를 기반으로 SK온은 2025년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은 2029년"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또 SK그룹 계열사 SKC와의 협력 구축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SKC는 포스코그룹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리튬메탈음극재'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2017년부터 리튬메탈음극재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으며 2026년 이를 상용화할 예정"이라며 "포스코그룹과 협업을 통해 SKC가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면 같은 그룹에 속한 SK온도 관련 기술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박원철 SKC 사장은 “포스코그룹의 막강한 인프라와 SKC의 소재 기술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협업을 통해 SK온과 SKC가 세계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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