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8.14 01:17 ㅣ 수정 : 2024.08.14 01:2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X 통해 공화당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특별대담 행사 통해 트럼프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 할 수 있도록 마당 깔아줘, 테슬라의 주요 고객층인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머스크의 기이한 행보에 부정적 시각 드러내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전기차 대명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2일(이하 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대담행사를 가졌다.
정치적 표현이 자유로운 미국에서 기업인이나, 헐리웃 스타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 기업을 이끄는 머스크가 전기차에 반대하는 트럼프와 밀월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테슬라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이날 대담에서 크게 주목할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최대위협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란 발언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에 대한 친분을 과시한 것 등이 관심을 끌만한 정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담에서 “나는 푸틴과 김정은, 시진핑을 잘 안다”고 밝힌 뒤 “나는 그들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터프하고 총명하며 사악한 사람들이며, 자기들 게임의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등 다소 두서 없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은과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회담하고 판문점에서 그와 만나 북한 땅으로 넘어가기까지 했다고 소개한 뒤 “놀라운 시기였다”며 김정은과 자신의 좋은 관계로 인해 미국에 북한발 위험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3년반 집권기간 국경 문제를 방치했다고 비판하고,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팁에 비과세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고도 주장했다.
엑스를 통해 중계된 이날 대담은 당초 미 동부시간 오후 8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인해 41분 늦은 오후 8시41분 시작돼 2시간여 진행됐다. 개시 시간이 늦춰진 것은 대규모 디도스 공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담에서는 정작 전기차와 관련해 주목할 발언은 전혀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야 머스크와의 대담이 반가울 수 있겠지만, 테슬라 주주들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머스크와 트럼프의 밀월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머스크가 최대 130만명이 청취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대담에서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했을뿐 사업적으로 테슬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 직후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선언까지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확실히 트럼프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인데, 과연 이런 행보가 테슬라에 도움이 될 것이냐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머스크의 이런 친 트럼프 행보는 기본적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악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기차 관련 행사를 개최하면서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머스크 CEO를 초청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시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평소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온 머스크의 돌출발언을 우려해 초청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친환경정책에 방점을 두면서 전기차에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등 전기차업계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온 반면, 트럼프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중시하며, 전기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전기차에 대한 특혜를 줄이는 대신 기존 자동차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통계적으로 봐도 전기차의 주된 고객층은 민주당 색채가 강한 지역 유권자들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테슬라 주요 고객층이 약 70%는 민주당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아성이나 다름없는 캘리포니아는 테슬라 미국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머스크가 친 트럼프 행보를 보이면 보일수록 민주당 지지층의 테슬라 기피현상은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의 지난 2분기 신차 등록 대수는 5만2211대로, 작년 동기(6만8827대)보다 무려 24.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의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작년 2분기 14.6%에서 올해 2분기에는 11.3%로 3.3%포인트 낮아졌다.
머스크가 친 트럼프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하면 할수록 테슬라의 판매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