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숙박세, 관광세 카드 만지는 일본 지자체들의 배짱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6.23 23:24 ㅣ 수정 : 2024.06.23 23:25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등 12개 지자체 외에 호텔 투숙객에게 별도의 숙박세를 검토중인 지자체가 30여곳에 달해, 오사카 등 일부 대도시는 숙박세와 별도로 관광세 도입카드도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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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 후쿠오카 시내.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엔저로 인해 몰려도 너무 몰려드는 관광객 수요에 일본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숙박세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자체에 속한 숙박업소에 묵으려면 하루당 얼마의 숙박세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숙박세를 도입한 지자체들외에 관광객 대상 숙박세 도입을 검토하는 지자체들이 3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는 이미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한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교토, 가나자와,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12개의 지자체들은 숙박세를 징수중이거나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1인당 숙박료의 1~3%, 금액으로는 100엔에서 300엔 정도를 징수하고 있는데, 숙박료 징수 후에도 관광객들이 줄어들지를 않자, 이를 지켜본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숙박세 징수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최대 1500엔에 가까운 숙박세 징수 카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료는 현재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징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관광객과 사업차 방문하는 비즈니스맨을 구분하기가 힘든데, 대부분의 일본 회사들이 국내 출장과 관련한 숙박비를 1만엔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숙박세까지 물게되면 기존의 출장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의 지자체들은 여기에 덧붙여 관광세 도입 카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관광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외에도 별도의 관광세를 내라는 것인데, 관광객들이 몰려도 너무 많이 몰리면서 관광안내소나 화장실 설치 등 수용 시설 정비를 비롯한 재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앞세우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중앙 정부 교부금을 통해 관광지 정비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 있지만, 관광객이 쏟아져들어오면서 교부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부득이 관광세를 신설해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얘기다.

 

관광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가 오사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오사카-간사이 일본 엑스포에 맞춰 관광세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관광세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숙박세와는 별개이며,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숙박세 도입으로 일본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세까지 물리게 되면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이미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숙박료는 물론, 각종 먹거리 물가를 올리는 바람에 일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은 엔저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 휘발유 가격과 전기료 등이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물가에 매우 예민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지자체들은 내국인은 제외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따로 관광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사카와 교토, 후쿠오카 등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음식점 가격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을 구분해서 이중가격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숙박세 확대, 관광세 도입 검토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슈퍼엔저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일본을 찾고 있는데, 외국인을 차별하는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찾아올 관광객은 그래도 올 것”이라는 배짱 심리가 일본 지자체들 심리에 깔려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차별하는 관광세와 이중가격제는 사실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해온 일이지만,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어찌보면 이런 쪼잔한(?) 정책을 검토할 날이 올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긴 최근의 다른 나라 예를 보면, 일본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당국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도시가 몸살을 앓으면서 지난 4월25일부터 본섬 입도세(관광세)를 거두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는 오는 7월 올림픽을 앞두고 기존 호텔 숙박객들에게 부과하던 관광세를 최대 3배까지 올렸고, 영국 맨체스터와 스페인 발렌시아 역시 호텔 투숙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당국은 집값 및 주거비 상승에 깜짝 놀라 2028년까지 외국인에게 아파트를 임대하지 못하도록 단기임대를 허용한 1만101개 아파트의 허가를 단계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이 코로나 기간 이동조차 못했던 사람들이 엔데믹과 함께 분노 관광에 나서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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