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7.09 00:25 ㅣ 수정 : 2024.07.09 03:04
시장참여자들 대부분이 9월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11월 미 대통령선거 변수로 인해 연준 금리인하 시기 대선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 못해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이번 대선에 다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연준의장에 임명됐다. 임명 시기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트럼프와는 상당히 껄끄러운 사이다.
2018년 12월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을 전격적으로 결정하자, 트럼프가 크게 격분하며 파월을 해고하고 자기 말을 듣는 사람을 차기 연준의장에 임명하는 방법을 백악관 참모들에게 물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트럼프가 얼마나 격분했는지는 트럼프가 파월을 겨냥해 ‘시진핑과 파월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라는 글을 트위터(현 X)에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파월은 배경을 따지자면 공화당 인맥으로 분류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낸 니콜라스 브래디가 추천해 37세의 나이에 재무부에 발을 들였고, 그 경력을 발판삼아 약관의 나이로 칼라일 그룹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그가 연준 이사가 된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이지만, 그를 연준 의장에 앉힌 것은 트럼프의 직품이었다. 트럼프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재닛 옐런 의장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그의 후임으로 파월을 임명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파월이 친 바이든 성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그의 색깔은 비둘기파도 아니고, 매파도 아니다. 어중간한 중간색채를 갖고 있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그를 올빼미파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파월은 누차 정치와 통화정책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 결정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해고압력을 받았을 때도 그는 “내 일을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넘겼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파월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11월 대선이라는 변수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대선전 금리인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미국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게되면 바이든 캠프에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더욱이 바이든이 TV토론이후 당 안팎에서 거세게 사퇴압력을 받고 있어 캠프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가시적인 경제적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한데, 금리인하만큼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바이든은 여러 유세현장에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혀 우회적으로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파월이 통화정책을 활용해 바이든을 돕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연준이 대선 전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바이든 재선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은 정치적인 사람이라서 금리인하를 추진하는 등 민주당을 도울 어떤 조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파월을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연준은 전통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지금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정치적인 프레임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9월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바이든에 유리하고, 대선 후인 11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트럼프에게 유리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확실치 않지만, 만약 정치적 고려 때문에 9월 금리인하가 늦춰진다면 바이든이 받을 충격보다 시장이 받을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