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지방·인터넷은행 다 덮쳤다...고금리에 건전성 악화 부메랑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뿐 아니라 대형 시중은행 역시 연체율 상승·부실채권 증가를 피해가지 못했다. 선제적 손실 흡수 능력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대규모 비용 투입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평균은 0.79%로 전년동기(0.57%) 대비 0.20%포인트(p) 상승했다. 전분기(0.63%)와 비교하면 0.16%p 오른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62%로 1년 전 같은 기간(0.33%)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대구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4%에서 올 1분기 0.64%로 올랐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19% 수준이던 연체율이 올 1분기 1.56%까지 치솟았다.
연체율 상승은 가계와 기업 부문에서 모두 관찰된다. 대구은행의 경우 올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년동기(0.27%) 대비 0.20%p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54%에서 0.64%로 0.10%p 상승했다.
총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오름세다. 5대 지방은행의 올 1분기 NPL 비율 평균은 0.62%로 전분기(0.54%) 대비 0.08%p 올랐다. 지난해 1분기(0.50%)와 비교하면 0.12%p 상승한 수치다.
케이·카카오·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아직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4분기 기준 연체율 평균이 0.92%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0.96%, 0.49%를 보인 가운데 토스뱅크는 1.32%까지 올라섰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올 1분기 연체율은 이보다 더 상승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거래 고객 중 지역 중소기업 및 중·저신용 차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산 건전성 지표 수치도 높게 나타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고, 경기까지 둔화되면서 가계·기업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를 비교적 잘 관리해온 시중은행들도 고금리 충격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 평균은 0.32%로 전년동기(0.27%)보다 0.05%p 상승했다. 전분기(0.29%)까지만 해도 0.2%대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0.3%대로 올라선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NPL 비율 평균도 지난해 1분기 0.25%에서 올 1분기 0.28%로 0.03%p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NPL 비율은 지방은행과 비교해 수치 자체가 크게 낮은 편이지만, 올해 들어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고 있다.
은행권은 부실화가 진행된 대출 자산을 장부에서 지우는 상·매각과 대손충당금 전입 확대를 병행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분주하다. 다만 충당금의 경우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전입 규모에 따라 매분기 당기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례로 부산은행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8391억원에서 올 1분기 8574억원으로 2.2%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2568억원에서 2495억원으로 2.8% 줄었다. 올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1분기(490)보다 45.7% 늘어난 714억원을 기록한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선 그동안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 이뤄진 만큼 현재의 건전성 지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경계심을 늦추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여신 구성(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중 요주의 아래에 해당하는 자산에 대해 부실화가 예상되는 규모를 산출하고 이를 적용해 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작년에 대규모로 쌓은 충당금으로 충분히 손실 흡수가 가능한 상황인데, 올해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