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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의 주춧돌 HD한국조선해양(下)

초격차 기술로 340조원 자율운항시장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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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5.07 05:00 ㅣ 수정 : 2024.05.07 05:00

자율운항기술 340조원 규모...'무주공산 시장 개척' 본격화
선박 엔진 사업부 보유해 자체적 엔진 조달능력 돋보여
HD현대마린솔루션 유지보수 서비스로 HD현대 경쟁력 높여

글로벌 넘버원 선박 건조 역량을 과시하는 HD한국조선해양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0~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구촌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확대를 이어가며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HD한국조선해양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건조역량과 국내 최대규모 야드(선박 건조 공간)를 치밀하게 활용해 다(多)선종(선박 종류) 수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이 단기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수주를 추진하고 선박을 건조하려는 경영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의 경영성적표는 긍정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에는 자율운항 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기자재 전문 기업을 자회사로 두는 등 글로벌 최정상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는 HD한국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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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향후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340조원 대 자율운항시장을 잡아라'

 

HD현대의 중간 조선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초격차 소프트웨어(SW) 및 하드웨어(HW) 역량으로 글로벌 조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등장한 자율운항선박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HD현대 그룹은 넘버원 선박 건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초격차를 통해 자율운항기술을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은 자율운항이라는 신(新)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틀이 되는 셈이다.

 

글로벌 자율운항 시장 전망도 밝다. 

 

7일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운항 시장 규모는 2025년 1550억달러(약 207조원)에서 해마다 10.5% 상승해 2030년에는 2541억달러(약 3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그룹이 선박 건조 뿐만 아니라 각종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하드웨어 역량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강점이다.

 

이를 보여주듯 HD현대 그룹은 △선박 엔진 전문사업부문인 HD현대중공업의 HD현대엔진기계 사업부 △이달 8일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다양한 기자재의 유지보수 부품을 공급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시장 리서치업체 GII에 따르면 전세계 선박용 엔진 시장 규모는 2022년 117억달러(약 15조9400억원)에서 매년 2.6% 커져 2027년에는 133억달러(약 18조1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잠재력을 강조하듯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42·사진)는 2023년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자율운항기술을 활용해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항을 할 수 있는 '오션 모빌리티(Ocean Mobility) 전략'이 기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자율운항기술은 HD한국조선해양의 중장기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역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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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나스 2.0 실행 화면 [사진=아비커스]

 

■ 최고 소프트웨어 역량 토대로 업계 최초 자율운항 상용화와 신시장 개척 이끈다 

 

자율운항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그룹 계열사 아비커스다.

 

HD현대는 지난 2020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항해보조시스템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발전시킨 자율운항기술을 연구개발(R&D)하기 위해 아비커스를 설립했다.

 

당시 HD현대 관계자는 “독립법인을 세워 자율운항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비커스 창립 후 회사는 자율운항기술 개발과 관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비커스는 지난 2022년 7월 기자들을 대상으로 첫 자율운항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 사용된 선박에는 자율운항시스템 ‘하이나스(NAS) 2.0’과 자동접안시스템 ‘다스(DAS) 2.0’이 장착됐다.

 

이에 따라 자율운항선박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장애물을 손쉽게 피하고 접안하는 운항능력을 선보여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이나스 2.0은 각종 항해장비와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AI가 융합하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로 자동 운항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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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2022년 7월 자율운항 시연회 행사장에서 관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남지완 기자]

 

당시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일반 상선은 물론 레저보트 자율운항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연간 수 백만대가 개조되는 레저보트 시장을 향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비커스는 같은 해 8월 SK해운,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과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자율운항기술을 상용화한 것은 전세계에서 아비커스가 처음"이라며 "이에 따라 SK해운, 장금상선 등과의 계약 체결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는 또 지난해 11월 아비커스 미국 법인을 설립해 소형 레저보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소형 레저보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비커스는 AI 자율운항 솔루션이 인간 신경세포처럼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운항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흔히 '뉴보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아비커스는 2022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보트 쇼 ‘포트로더데일’에 참가해 뉴보트 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

 

이 행사장에서 아비커스는 글로벌 보트 전장(전기·전자 장비)업체 레이마린(Raymarine)과 자율 항해 보트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아비커스는 2023년 9월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 '칸 요트 페스티벌 2023’에서 업그레이드된 기술 ‘뉴보트 도크’를 선보였다. 

 

뉴보트 도크는 총 6대 카메라 시스템으로 이뤄진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충돌 회피와 접안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 상선은 전문 항해사 여러 명이 선박 하나를 조종하기 때문에 접안, 암초지역 운항 등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소형 레저보트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 탑승자 1~2명이 운항해 충돌 사고가 빈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운항 시장은 아직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라며 "선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아비커스가 개발해 향후 자율운항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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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엔진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 자체 엔진 노하우 20여년 동안 육성...비용 감소와 고객관리 유리

 

HD현대는 자체 엔진 기술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블록 제작, 파이프 제작 등 여래 기자재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HD현대는 지난 20여년 동안 자체 엔진 생산 능력을 육성해온 점이 기업의 숨은 역량이 되고 있다.

 

HD현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엔진 사업부 HD현대엔진기계는 힘센엔진(자체 엔진 브랜드)을 1만5000여대(누적) 생산했다.  힘센엔진은 2001년에 처음 생산됐다.

 

이 엔진은 중대형 선박에 탑재되는 제품으로 4행정(4-Stroke) 중형엔진으로 분류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11년부터 건조되는 선박 가운데 중형엔진을 탑재하면 자사 엔진을 100% 생산해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박 엔진 가격은 선가(선박 가격)의 약 5%에 해당한다"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척당 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중형엔진 1기는 약 150억원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엔진 조달을 위한 추가 비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HD현대엔진기계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인 셈이다.

 

자체 엔진 생산 뿐만 아니라 사후 서비스(A/S)까지 HD현대그룹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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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이 전세계에 부품 창고를 운영해 HD한국조선해양이 생산하는 선박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그룹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은 힘센엔진 유지보수에 대한 부품 공급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자료에 따르면 매년 8만건 이상의 부품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싱가포르에도 부품 창고를 보유하고 있어 각국에서 힘센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사에게 최선의 납기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 엔지니어를 통한 정기유지보수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대다수 선박들은 항상 최적의 컨디션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러한 전문적인 사후 서비스는 기존 고객사들이 또 다시 HD한국조선해양을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선은 30여년 동안 운항이 가능하다”며 “대다수 선사(발주처)들은 정기적인 유지보수서비스가 가능한 선박을 선호하기 때문에 HD한국조선해양 선호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HD현대는 지난해 STX중공업을 인수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 생산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이 업체는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DF) 엔진, 액화천연가스(LNG) 엔진, 액화석유가스(LPG) 엔진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자체 엔진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HD현대가 STX중공업을 인수한 배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HD현대의 엔진 포트폴리오 강화로 이어지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보여주듯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업은 환율, 원자재 가격, 국제 정세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라며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안심할 수 없어 핵심 기자재 내재화를 통해 그 어떤 조선소도 갖추지 못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영 행보를 보면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의 기자재 내재화 전략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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