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85)] ‘관세맨’ 트럼프의 신질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자리를 상납하라

이태희 입력 : 2025.02.02 18:09 ㅣ 수정 : 2025.02.03 08:25

집권 2기 트럼프의 인식론= 중국 뿐만 아니라 우방국도 '해적'이다
트럼프, 글로벌 통상전쟁 돌입...캐나다·멕시코에 25% 보편관세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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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러스트=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북미시장 투자전략이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시장 수출을 겨냥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투자했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수출에 최적의 지역이었다. 이제 멕시코를 북미시장 생산기지로 활용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 등은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 국가이면서 USMCA 체결국이다. 북미 지역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진출 거점으로 최적지였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전기차는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거의 붙지 않았다. 앞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면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캐나다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 등은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부과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처럼 외국 기업이 캐나다나 멕시코 국민들에게 월급을 주고 만든 제품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팔아먹는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살벌하게 실천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의 대응전략을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결론은 하나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기업들은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생산 강화를 돌파구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선승리 이후 공언해온 대로 중국과 같은 적대국가 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우방국가들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목적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우선 정책’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자신을 'Tariff man(관세맨)'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면서 모든 경제문제를 관세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관세(Tariff)'라는 단어는 과거 해적들이 무역선에서 강제로 징수하던 통행료에서 유래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의식적으로 활용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공정한 무역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해적’이라는 인식을 숨기지 않으면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에 대해서도 불공정 무역을 일삼는 ‘해적’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조치를 미국 내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관세부과 카드를 무기로 삼아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경통제 강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캐나다 북부 국경을 통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해왔다. 이에 캐나다는 최근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고, 북미펜타닐 타격부대 창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멕시코도 미국과 접경한 지역 11곳에 불법체류자 송환 시설을 확대 가동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을 막판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전 협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트럼프의 25% 보편적 관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캐나다가 실제로 북미펜타닐 타격부대를 창설하고 멕시코가 미국 불법이민를 차단하기 위한 실효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인하라는 선물을 줄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선택은 하나이다. 미국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관세맨’ 정책이 겨냥하는 진짜 목적은 미국을 ‘위대한 제조국가’로 부활시키고 미국 중산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27일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대미 수출과 부가가치 효과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보편관세 부과로 국내인기가 급등한다면 더 과격한 조치도 검토할만한 사람이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맨(트럼프)의 통행세(보편적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서 미국에 일자리를 상납하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의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에 부지를 확보하여 현지 생산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온 트럼프가 시작한 글로벌 경제전쟁의 본질은 ‘일자리 전쟁’이다. 탄핵정국으로 깊어진 광기 때문에 손발과 대뇌피질마저 마비된 한국 정치가 당파성을 버리고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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