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1.27 07:00 ㅣ 수정 : 2025.01.27 07:00
삼성전자 美반도체 공장 건설에 약 53조·SK하이닉스 5조3688억원 투자 바이든 정부 약속한 반도체 지원금·시설투자액 세액 공제 좌초 위기 삼성전자 낸드플래시·SK하이닉스 D램-낸드플래시 일부 중국에서 생산 트럼프 새 행정부,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원천차단하는 규제 마련 TSMC, 美로부터 첫 보조금 받아...美상무장관 지명자 반도체법 유지 내비쳐 우리 정부, 트럼프 당선인과 적극적인 통상외교 펼쳐 반도체 보조금 혜택 누려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향후 펼쳐질 미국 통상정책에 글로벌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이전 정부의 ‘자유무역’ 정책에서 벗어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방향을 바꿀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 시절부터 당선 확정까지 갈수록 커지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전세계가 긴장을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로서는 국가 핵심 수출 산업 ‘반도체 지원법’에 변화가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 바이든 이전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리는 대가로 약속한 반도체 지원금과 시설투자액 세액 공제 등 관련 정책이 트럼프라는 미로를 갇혀 방향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2022년 8월 핵심 및 첨단 기술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문 투자를 목적으로 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반도체법)을 추진했다.
이는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R&D 비용 등을 지원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1년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반도체 건설 등을 위한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미국 테일러에 투자하는 금액을 오는 2030년까지 약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로 늘리기로 했지만 최종 투자 금액은 이보다 줄어든 370억달러(53조1600억원)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688억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 SK하이닉스에 4억50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최종 약속했다.
하지만 공화당 대표로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 그가 당선된 후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자칫 반도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그 칩(반도체) 거래는 매우 나쁘다”며 “우리는 부유한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기업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그들은 어차피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에서 불거졌던 미·중 무역분쟁과 이에 따른 사업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질 위기에 놓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트럼프 대통령 1기 정부 시절인 2018년 7월 본격화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대(對)중국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수입품에 대해 보편 관세 10~20%,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공언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비중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 D램 40%·낸드플래시 20%다. 중국내 생산비중이 비교적 큰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을 떨어뜨리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미국의 수출 장벽을 넘기 힘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개발을 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자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쉽게 설명하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들여올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이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상무부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허가를 받아 일부 첨단장비를 중국에 반입하는 것을 허락 받았지만 트럼프 집권으로 이마저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 의사당 내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 앞으로 모든 것을 미국 최우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취임식에 반도체법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트럼프 신임 정부가 반도체법 폐지 등 강경책이 아닌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지난해 4분기 첫 번째 보조금으로 15억 달러(2조2000억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약속한 66억달러(9조5000억원)의 22% 수준이다.
황 CFO는 “미국 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트럼프 2기에서도 보조금 지원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 산업 정책을 이끌어 갈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장관 지명자도 반도체법 유지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애초 계획대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트럼프가 불확실성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켜봐야 한다"라며 "그러나 트럼프가 보조금 축소나 폐지 가능성을 내비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하는 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가 발생했다”며 “정국이 혼란스럽지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상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