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의 주춧돌 HD한국조선해양(上)] 정기선 대표, 다(多)선종 건조역량·신(新)선종 R&D로 넘버원 거머줘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5.03 05:00 ㅣ 수정 : 2024.05.03 05:00

총 270만여평 야드 힘입어 다선종 건조 가능
코로나19 시기에도 꾸준한 매출 성장 돋보여
여유 부지 활용해 신선종 건조에도 앞장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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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넘버원 선박 건조 역량을 과시하는 HD한국조선해양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0~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구촌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확대를 이어가며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HD한국조선해양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건조역량과 국내 최대규모 야드(선박 건조 공간)를 치밀하게 활용해 다(多)선종(선박 종류) 수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이 단기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수주를 추진하고 선박을 건조하려는 경영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의 경영성적표는 긍정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에는 자율운항 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기자재 전문 기업을 자회사로 두는 등 글로벌 최정상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는 HD한국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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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정기선(42·사진) 대표가 이끄는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 두 마리 토끼'로 세계 조선업계 넘버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최대 규모 야드(선박 건조 공간)를 기반으로 다양한 선종(선박 종류)을 수주·건조하고 신(新)선종 제작에 필요한 R&D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이들 계열사의 야드 규모는 각각 △635만㎡(약 192만평) △70만㎡(약 21만평) △210만㎡(약 63만평)에 이른다.

 

경쟁 조선업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495만㎡·약 150만평), 삼성중공업(400만㎡·약 121만평)과 비교해 월등한 규모의 야드를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선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차세대 선종 개발 가속화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높고 사업규모가 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선박 수주에만 그치지 않고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석유제품운반선(PC선) 등 중형 선박까지 폭넓게 수주하면서 회사 곳간을 넉넉히 채우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 135억달러(약 18조6000억원) 가운데 103억2000만달러(약 14조2300억원)를 수주해 목표치의 76.4%를 달성했다”며 “이는 업계 최고 수준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한승한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은 또 LNG운반선 외에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다양한 선종의 수주를 진행해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정기선 대표의 경영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정기선 대표는 2022년 신년사에서 "메탄올 추진선, 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개발해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선종 기술력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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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 다(多)선종 수주·건조 역량으로 매출 가파른 성장 곡선 그려

 

관련 자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LNG 운반선 6척  △PC선 28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 28척 △에탄운반선 1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6척  △중형원유운반선(탱커선) 3척  △자동차운반선(PCTC) 2척  △해양플랜트 2기(해양 상부구조물 및 부유식 LNG 저장 재액화 설비)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이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수주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야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와 건조를 진행해야한다. 

 

다만 이처럼 편중된 수주 전략은 특정 업종이 불황을 겪을 때 일감이 줄어드는 위험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최대 규모 야드를 갖춘 HD한국조선해양은 야드 효율에만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야드를 가동해 수주잔고를 넉넉히 쌓아놓는 경영전략을 펼친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달 투입되는 야드 설비 관련비용과 인건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야드 등 덩치가 큰 조선업체는 수주 못지 않게 매출 성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D한국조선해양 자료에 따르면 야드 부지가 상대적으로 넓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대형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이 주로 건조되고 부지가 비교적 협소한 HD현대미포는 중형 LPG·암모니아 운반선, PC선 등이 주로 제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촘촘한 맞춤형 건조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2022년에도 꾸준한 수주와 건조를 진행해 안정적인 매출 확대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 다른 경쟁 조선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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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은 2020~2022년 코로나19 시기를 포함해 최근까지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HD한국조선해양의 매출은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은 △2020년 14조9037억원 △2021년15조4934억원 △2022년 17조3020억원 △2023년 21조2962억원이다.

 

이에 비해 한화오션은 매출액이 △2020년 7조302억원 △2021년 4조4866억원 △2022년 4조8602억원 △2023년 7조4083억원에 머물렀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 6조8603억원 △2021년 6조6220억원 △2022년 5조9447억원 △2023년 8조94억원을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안정적인 사업역량에 힘입어 기업 재무구조도 경쟁업체와 비교해 안정적인 편이다.

 

업체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2023년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160.65% △한화오션 223.38% △삼성중공업 357.39%이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본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부채비율은 일반적으로 수치가 작을수록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월등히 큰 HD한국조선해양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 경영전략이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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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이 머스크 선사로부터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 신(新)선종 연구개발·건조역량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

 

HD한국조선해양은 업계 최초로 신선종 수주와 건조 역량을 모두 확보한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이 신선종 연구개발 이후 즉각 건조에 투입할 수 있는 차별화된 야드 관리 역량을 갖춘 데 따른 것이다.

 

한 예로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6월 덴마크 선사 머스크(Maersk)로부터 2100TEU 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척(시범선)과 1만6000TEU 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1조600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TEU는 컨테이너박스 1개 단위를 지칭한다.

 

신선종 수주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시범선 인도를 진행했으며 후속 선박도 건조와 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의 대규모 메탄올 추진선 인도는 업계 최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의 모회사 HD현대는 2020년부터 자사 중형엔진 브랜드 ‘힘센엔진’을 심화 연구개발해 관련 기술 역량을 닦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량이 뒷받침돼 HD한국조선해양은 고객사에 신선종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면 기존 선박유인 고유황유보다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80%, 미세먼지는 95%까지 줄어든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메탄올 추진선은 새로운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처럼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척해  업계 최고 수준의 메탄올 추진선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선도적인 시장개척과 뛰어난 선박 건조역량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전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38척 가운데 24척(17.3%)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16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했으며 중국선박집단(CSSC)은 15척을 각각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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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의 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사진=한국조선해양]

 

이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3월 강원도청과 ‘액화수소운반선 기술 개발과 상용화’ 업무협약을 체결해 오는 2025년까지 선박 개발을 끝내고 수주와 건조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액화수소 실증사업 △액화수소운반선 관련 기술 개발·상용화 △액화수소·암모니아 터미널 구축 △수소어선 기술 개발 등 여러 분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세계에서 대형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발주는 아직까지 진행된 바 없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HD한국조선해양은 새로 펼쳐질 시장에서도 선두 지위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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