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1.25 05:00 ㅣ 수정 : 2023.11.25 09:39
LG디스플레이, 신임 CEO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선임 정 사장, LG이노텍 사상 최대 실적 이끈 경험 있는 전문가 정 사장, LG이노텍 사상 첫 매출 10조원대·영업이익 1조원대 돌파 LG디스플레이,신임 CEO '성공 DNA'로 실적 부진 타개 기대 IT용 OLED·차량용 OLED 등 OLED 중심 사업구조 다각화 전략 이어갈 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LG그룹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어 2024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LG에 따르면 이번 임원인사는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여기에 지속성장의 긴 여정을 준비하는 리더십에 바통 터치를 하고 분야별 사업 경험과 전문성, 실행력을 갖춘 실전형 인재들을 발탁하는데 집중했다.
이 같은 LG의 기조가 가장 잘 드러난 인사 중 하나가 바로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지금껏 LG이노텍을 이끌어온 정철동(사진)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LG이노텍은 LG전자 자회사로 각종 전자제품·자동차 부품을 전문적으로 만든다.
신임 정철동 CEO는 수년째 실적 부진을 기록해 ‘조단위 적자’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그동안 LG이노텍 수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정철동 CEO의 진두지휘 아래 LG디스플레이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 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정호영 전(前)사장 ‘사업구조 고도화’로 흑자…거시경제 악화 벽에서 주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상반기에만 △1분기 영업손실 983억원 △2분기 영업손실 2281억원 등 적자 신세였다. LG디스플레이는 다행히 그해 하반기 실적이 반등해 겨우 적자는 모면했지만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6% 줄어드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2019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LG디스플레이는 그해 영업손실 1조3594억원으로 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게다가 처음으로 ‘조(兆)’ 단위를 넘는 규모의 충격적인 손실이었다. 그해 9월 당시 대표이사를 지내던 한상범 부회장은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첩첩산중 속에서 등판한 인물이 바로 정호영 사장이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치고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정 사장은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사업전략과 살림살이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산업을 넘나드는 통찰력을 발휘해 LG디스플레이 위기 국면을 타개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이를 보여주듯 정호영 사장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려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선택과 이를 뒷받침할 핵심역량이 필수라고 여기고 ‘사업구조 고도화’를 가속화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정 사장 취임 1년차에는 TV용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을 줄이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으로 사업 방향을 빠르게 바꿔 체질개선에 속도를 냈다. 이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연간 영업손실이 291억원으로 2019년 1조3593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정 사장은 취임 2년 차에 OLED 중심 사업을 재편했다. 특히 그는 대형 OLED보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OLED 시장 공략에 집중해 사업 확장의 꿈을 키웠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역대 최대 매출 달성과 3년 만에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위기는 지난해 다시 찾아왔다.
LG디스플레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에 따라 주요 제품군 수요 부진은 갈수록 심화됐고 그 영향으로 전방산업 재고조정이 이어져 2022년 연간 영업손실이 2조85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약세는 현재진행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조984억원 △2분기 영업손실 8815억원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적자폭이 계속 줄어들며 4분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조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위기의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에게 내년은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중대 시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24년 점진적인 패널 수요 회복과 신제품 출시 효과로 적자폭이 전년 대비 약 2조원 가량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기회를 살려 재도약 하려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정호영 사장은 전례 없이 어려운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에서도 OLED와 수주형 사업 확대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후 퇴임한다”고 설명했다.
정호영 사장은 사업구조 고도화를 가시적 성과로 잇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지난 수년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온 사업구조 고도화를 가시적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떠나 대단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 어려움을 극복한 후 분명 외부환경 변화에 무관하게 지속적인 성과 창출과 성장이 가능한 모습이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임 CEO를 중심으로 당면 과제에 집중력을 잃지 말고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LG이노텍 전성기 이끈 정철동 사장, LG디스플레이서 영광 재현할까
위기에 놓인 LG디스플레이는 구원투수로 정철동 사장을 택했다.
선임 배경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정철동 사장이 지난 5년간 LG이노텍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고객의 수요와 미래 사업방향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 혁신을 일궈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성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질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카메라모듈 등 글로벌 1등 사업 위상을 확고히 하고 전장부품, 기판소재 등 미래 성장 사업의 기반을 대폭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왜 정철동 사장인가’라는 의문에 더욱 구체적인 답은 LG이노텍에서 일궈낸 그의 성과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정철동 사장은 2019년 LG이노텍 새 CEO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LG디스플레이 CPO(최고생산책임자)와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소재부품 전문경영인으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줘 적임자로 평가됐다.
그는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수익 중심 사업을 운영해 LG이노텍을 오랫동안 영속할 수 있는 ‘근본이 강한 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LG이노텍 전성기는 정철동 사장의 취임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선임되기 전인 2018년 LG이노텍은 연간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줄었다.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2.9%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사실상 곤두박질친 셈이다.
하지만 정철동 사장이 회사를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9년부터 LG이노텍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9년 연간 실적은 매출 8조3021억원과 영업이익 403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 53%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에는 매출 9조5418억원과 영업이익 6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9.6%, 영업이익은 42.9% 각각 증가했다.
또한 2021년에는 매출 14조9456억원과 영업이익 1조2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6%, 85.6% 대폭 상승했다. 게다가 사상 첫 매출 10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 돌파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거시경제 악화로 전방위 산업이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에도 LG이노텍은 매출이 전년 대비 31.1% 오른 19조5894억원을, 영업이익이 0.6% 오른 1조2718억원을 거두며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6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실적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에 정철동 사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한 배경에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신임 CEO의 사업구조 역량 강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정호영 사장에 이어 IT(정보기술)용 OLED와 차량용 OLED 등 OLED 중심 사업구조 다각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과거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 담당 상무, 생산기술 센터장과 최고생산책임자를 지내며 원천기술 확보, 생산공정 혁신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OLED 등 디스플레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그의 전력이 다시 본격화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규모 적자 해소”라며 “LG이노텍에서 대표이사를 지내며 실적면에서 확실한 역량을 입증한 정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철동 CEO가 디스플레이 분야 경험이 있어 사업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끄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신임 수장이 실적 악화 고리를 끊고 성공적 사업구조 고도화 전략 추진으로 LG이노텍에 이어 LG디스플레이에서도 전성기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