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순환으로 본 제조업 경기국면은 여전히 수축기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경기 흐름을 파악할 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경기종합지수와 같은 종합경기지표, 개별 경제지표, 계량모형 등을 들 수 있다.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개별 경제지표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재고와 출하지표만을 가지고 작성된 재고·출하 순환도와 재고순환지표를 이용해 현재 경기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본 현재 제조업 경기국면은 수축기로 아직 회복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 재고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파악하는 데 유용
재고는 기본적으로 생산 활동의 완충(buffer stock) 역할을 하지만 경기를 판단할 때 중요한 척도로도 활용된다.
생산완충모형(production smoothing model)에 의하면, 기업은 예상하지 못한 수요변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로 재고를 활용한다. 즉, 기업은 수요변동에 대해 즉각적인 생산조정보다는 재고조정을 통해 수요변동을 흡수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재고조정에 따라 경기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키친순환(Kitchin cycle)’ 또는 ‘재고순환(inventory cycle)’이라고 한다. 재고투자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키친순환의 주기는 약 3~4년 정도이다.
경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재고와 출하는 시계 반대 방향의 순환을 보이면서 4가지 경기국면을 보여준다.
첫 번째 국면은 재고조정이 일어나는 ‘경기 수축기’이다. 수요감소로 기업들이 생산을 줄여 재고를 조정하는 단계로 출하와 재고가 모두 감소한다.
두 번째 국면은 재고가 감소하는 ‘경기 회복기’이다. 수요회복이 시작되면서 제품 출하가 늘어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는 단계이다. 이때는 출하가 증가하는 가운데 재고 감소세는 둔화한다.
세 번째 국면은 의도된 재고 증가가 이루어지는 ‘경기 확장기’이다. 기업은 수요증가에 대응하여 선제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면서 출하와 재고가 모두 증가하게 된다.
네 번째 국면은 재고누증이 발생하는 ‘경기 하강기’이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 출하 부진으로 의도하지 않은 재고가 쌓여가게 된다. 즉, 출하는 둔화하는 가운데 재고가 누적되게 된다.
이를 크게 보면 아래 그림에 있는 45°선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국면과 경기 수축국면 2가지로 나눌 수도 있다.
• 재고순환으로 본 제조업 경기국면은 현재 수축기에 위치
재고순환으로 제조업 경기국면을 볼 때 활용하는 방법은 ‘재고·출하 순환도’와 ‘재고순환지표’를 들 수 있다.
‘재고·출하 순환도’는 X축에 생산자제품 출하의 전년동월비(계절조정), Y축에는 재고의 전년동월비(계절조정)를 표시하여 출하와 재고의 상호작용을 나타낸 것이다.
재고·출하 순환도로 본 제조업 경기는 2021년 2분기 이후 출하증가율이 둔화되는 속에 재고가 쌓여가다가 2022년 4분기부터 출하증가율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재고증가율은 둔화되었으나, 2023년 1분기에는 출하증가율의 감소세가 확대된 가운데 재고증가율이 다시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 제조업 경기는 재고조정 단계인 수축기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재고순환지표’는 출하증가율과 재고증가율의 격차로 파악하는데 경기선행종합지수의 구성요소 중 하나이다.
이 지표가 0보다 작다는 말은 경기가 좋지 않아 팔린 제품보다 기업 창고에 쌓인 재고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고순환지표는 2021년 9월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상태이다.
특히 2023년 3월에 재고순환지표는 –16.8% 포인트로 2009년 2월(-18.1% 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제조업 경기는 아직 회복기에 진입하지 못하고, 수축국면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업이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출용 출하가,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주력인 반도체 등 IT 품목의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