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증권가 화두인 ESG…전문가 “이른 시일 안에 내재화시켜야”

임종우 기자 입력 : 2022.01.14 09:49 ㅣ 수정 : 2022.01.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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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가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이론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 등 다수의 증권기관이 신년사에서 ESG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지난 2일 “2022년을 ESG경영 실천의 원년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공정한 인사, 질책보다는 격려해 주는 따뜻한 동료의식, 상호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노사문화가 제대로 자리잡도록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 서병기 IBK 투자증권 대표, 이창근 KTB증권 대표 등이 신년사에서 'ESG'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증권사들이 ESG를 강조하는 데에는 올해부터 ESG 평가에 필요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의무 공시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는 기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의 ESG 보고서 중 하나인 ‘지배구조보고서’의 의무 공시 범위가 1조원 이상의 상장사들로 확장된다. 오는 2024년부터는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로 확대되고, 2026년부터는 모든 상장사에 의무가 부여된다.

 

또 다른 ESG 보고서인 '환경보고서'와 '사회보고서'는 2025년까지는 자율 공시지만, 그 이후로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의무로 공시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이념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ESG가, 점차 본격적인 평가요소로 자리하면서 투자할 기업을 평가해야 하는 증권사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욱 많아진 것이다.

 

이에 국내 ESG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빠른 시일 내에 ESG를 경영 시스템에 내재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성후 ESG학회 부회장은 “지난해는 ESG를 알아가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해”라며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국내 기업에 소송 현황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는데, 이처럼 올해는 ESG에 대한 감시나 제재 등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문 부회장은 “대선주자들도 ESG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정부가 바뀐 뒤에도 기업의 ESG 관련 보고서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평가를 해야 하는 증권사에서 내부적으로 ESG에 대한 진행 과정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투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조차 구분을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가 내부 ESG 평가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은 기업 평가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 많은 증권사에서 ESG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ETF를 출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ESG를 평가할 체계화된 기준 없이 각 기업의 자체적인 보고서로 투자 기업을 선정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의무사항이 된 후에도 평가 시스템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기업의 허위 공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위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증권사 내부에 ESG를 다룰 수 있는 인재나 시스템이 있는지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며 “최근 기업 등지에서 ESG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ESG인 것처럼 보고하는 ‘그린 워싱’이 적발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구별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그동안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긍정적인 측면만을 기재하고 부정적인 사항은 배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만일 의무 공시가 된 후에 증권사가 이를 판별하지 못하고 ESG가 아닌 기업을 ETF에 포함해 판매한다면,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일 뿐더러 향후 기업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종사자들 또한 ESG의 중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투자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헌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모든 것을 자본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중요하나 사회적인 공헌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며 “과거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이는 절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문제”라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 2~3년 전부터 투자자가 아닌 경영자의 입장에서 기업 경영에 이를 녹여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금융권에서 ESG 기업에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를 뒤집어 말하면 ESG가 이뤄지지 않는 기업은 더 비싼 이자를 주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업계 전반에서 그동안 이념적인 것으로 바라봤다면, 올해부터는 실질적이고 표준화된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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