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국민연금, 주총 앞두고 삼성전자·효성 사내외이사 선임 반대하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3.18 05:00 ㅣ 수정 : 2025.03.18 05:00

국민연금, '기업 경영 간섭' vs. '주주 권익 보호' 줄타기 논란
국민연금,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회장 사내이사에 반기
효성중공업 조현준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반도체 위기인데 과거 경영사례로 기업 간섭 곤란" 지적도
국민연금, 기업 경영 개선책 제안하는 순기능도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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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4년 3월 2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회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막을 연 가운데 '큰 손'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와 효성그룹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기를 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총 시즌마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 간섭'과 '주주 권익 보호'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총이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 주총 주요 안건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 선임건  △기존 이사회 재선임건 등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국민연금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 수가 800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와 효성그룹 등 대기업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은 오는 19일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회사 측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경계현 전(前)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중도 퇴임하며 이사회 임기가 끝나 전 부회장은 경계현 사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불발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가 전영현 부회장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은 전 부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SDI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 2021년 단체급식 및 식자재유통 업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3억원과 시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전 부회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한창이던 2017∼2021년까지 삼성SDI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었다.

 

국민연금은 전 부회장 선임 건뿐만 아니라 허은녕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게 국민연금측 입장이다.  허 이사는 2022년 주총에서 찬성률 88.29%를 얻고 최초로 선임됐다. 국민연금은 당시에도 같은 이유로 허 이사에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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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국민연금 홈페이지 캡처]

 

국민연금은 효성중공업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반대 의견을 낼 예정이다. 

 

조현준 회장의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은 현재 지주사 ㈜효성을 포함해 계열사 △효성티앤씨 △효성투자개발 △FMK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과거 조 회장은 해외법인 자금으로 개인 소유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집행유예와 추징금을 확정받은 점과 효성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해 16억원 횡령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3월 14일 기준 국민연금의 삼성전자와 효성중공업 지분율은 각각 7.75%와 12.24%다.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07%, 조현준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률이 48.85%인 점과 과거 주총 선례를 미뤄볼 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도 두 회사 사내이사 선임 및 재선임은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업황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사내외이사 선임 반대가 자칫 기업 경영 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통상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지배구조에 문제가 확인되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다”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그동안 기업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해 왔지만 주총에서 결과가 달라진 사례는 드물다"라며 "올해에도 대세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일선 소장은 또 "기업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은 반대 사유를 통해 앞으로 기업 경영을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라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실제 주총에서 투표 결과나 의견 일치 여부를 떠나 주주로서의 역할과 몫을 행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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