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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탐욕(下)

'MBK 잔혹사' 언제까지…고려아연 핵심 사업·기술 해외 매각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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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3.14 05:00 ㅣ 수정 : 2025.03.14 05:00

MBK, 홈플러스 사태로 '투자실패'·'먹튀 논란' 다시 도마위에
MBK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방법, 과거 홈플러스 지분 인수 '닮은 꼴'
고려아연,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MBK, 차입금 갚으려 매각 가능성
'씨앤앰·영화엔지니어링·네파'...MBK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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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MBK파트너스]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투자 실패'와 '먹튀 논란'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현재 경영권 분쟁중인 고려아연에서도 잔혹사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MBK가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이 그동안 문제가 되어온 차입 경영 과정이 떠오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MBK가 향후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과 기술 등을 해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아연이 제안한 타협안을 MBK가 사실상 거부해 이에 따른 경영권 다툼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MBK 유리한 고지 점령?…'차입 경영' 우려 목소리 커져

 

14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지난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안건 가운데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결의 사안의 효력을 정지했다. 여기에는 '이사 수 19인 상향 설정'과 '이사 7인 선임'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지난 임시 주총에서 제한됐던 영풍 의결권(지분 25.42%)이 되살아나 MBK·영풍 연합은 지분율 40.97%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MBK·영풍 연합은 현재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5% 지분을 거머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아 이사회 장악을 위한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가처분 불복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다시 시도해 향후 결과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려아연은 13일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전날 그 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 받았다”라며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이달 말 열릴 정기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은 여전히 제한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권을 두고 양측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가 터졌다. 이에 단기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 특히 MBK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그동안 무리하게 진행해온 차입경영 사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MBK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방법이 과거 홈플러스 지분 인수 때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MBK는 지난해 9월 공개매수와 두 차례 장내 매수 등을 통해 7.82%의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했다. 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0% 이상인 1조1100억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다. 

 

또한 추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차입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그동안 쌓인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고려아연 핵심 기술 판매 및 공유  △계열사 매각 등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와 인듐 등 핵심 광물을 생산해 황산, 아연 필수 산업재를 만드는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꼽힌다. 

 

또한 고려아연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 기술과 국가첨단전략 기술로 지정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MBK의 인수로 국내 핵심 기술이 중국 등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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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제품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 MBK 경영 실패 사례 다수…'마이너의 손' 논란 피하기 어려워

 

실제 과거 MBK가 인수한 이후 경영난을 겪은 기업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MBK는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후 가치가 높아지면 이윤을 남기고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바이아웃'이 핵심 전략이다. 

 

그러나 MBK가 인수한 기업 가운데 경영에 실패하거나 MBK 투자금 회수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케이블TV 사업자 씨앤앰(현 딜라이브)  △플랜트 제조업체 영화엔지니어링과  △아웃도어 전문업체 네파가 거론된다.

 

MBK는 2008년 해외 투자기업 맥쿼리와 함께 씨앤앰을 1조46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대금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2016년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또한 MBK가 2009년 1000억원에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실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디음해인 2017년 유암코에 인수가격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MBK가 기술력 강화를 통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 투자금 회수와 배당을 위한 단기 실적에 치중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1위에 오를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었다"라며 "그러나 MBK에 인수된 이후 경쟁력을 잃었고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해 헐값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라고 꼬집었다.

 

네파 역시 MBK 인수 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

 

MBK는 지난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9970억원에 네파 지분 94.2%를 인수했다. 문제는 인수대금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800억원 가량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는 점이다.

 

이후 MBK는 2015년 티비홀딩스를 네파와 합병시켜 해마다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인수 금융 원리금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합병 이후 2023년까지 네파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2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자 부담을 떠안은 네파의 순이익은 2013년 1052억원에서 2023년 1101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그 사이 부채 비율은 34%에서 231%까지 치솟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에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우려가 차입금을 활용한 기업 인수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기업 경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MBK는 사모펀드의 '기업 사냥꾼', '먹튀' 등 부정적 이미지만 더 키웠다”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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