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폐쇄 D-2] 고려아연 “비밀유지 위반” vs MBK “억지주장” 신경전
고려아연,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NDA 위반 지적
MBK, 고려아연 억지 주장…의혹해소 요구 맞서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고려아연이 다음달 23일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20일)을 이틀 앞두고 MBK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여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MBK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주요 관련자에 대해 NDA 위반 및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았다”며 “이 정보를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의심돼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고려아연, 미공개정보위용 의혹…'차이니스월' 위반 지적도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5월 17일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 MBK를 선정해 여러 기밀 자료를 넘기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종료된 것은 올해 5월이며 불과 석 달여 만에 영풍과 함께 적대적 M&A를 추진했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과 향후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담긴 20개 조항에 서명했다.
고려아연은 “자사 기업가치에 대한 중요한 비밀정보를 이 사건 공개매수에 활용하도록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MBK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을 자본시장법 제174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공개중요정보는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 실적 등 투자자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의미한다.
고려아연이 언급한 자료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과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약 11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외부에는 단 한번도 공시된 적 없고 여러 중요한 내부 정보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 자료에는 구체적 투자 계획과 사업 성장 전망, 예상 매출액, 미래 기업가치 추정 등 당사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해 온 정보로 이뤄져 있다”며 “구체적 수치를 포함한 여러 중요 자료가 총망라 돼 적대적 M&A 결정이나 공개매수가 설정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에 대한 1주당 최대(적정) 금액을 평가하고 이 사건 비밀정보를 활용해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판단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MBK가 '차이니스 월(정보교류차단 장치)'을 어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비밀 정보를 취득한 MBK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과 현재 적대적 M&A를 진행하는 바이 아웃 부문 간 정도 교류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 등을 통해 과거 MBK가 일본의 아코디아 골프, 중국 렌터카 업체 CAR를 인수할 당시에도 바이 아웃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두 부문이 공동으로 투자 활동에 관여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MBK가 해명 과정에서 준법 감시팀 검토와 승인을 거쳐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인했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MBK는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 받은 비밀 자료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쳤고 한 발 더 나아가 준법 감시팀 검토와 승인만 있으면 다른 사업 부문에도 얼마든지 비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해 결국 차이니즈 월 을 위반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 MBK, 고려아연 '억지 주장·악의적 비방'…관련 의혹 일축
이에 MBK 측은 고려아연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MBK파트너스 바이 아웃 부문은 2년 전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의 고려아연 투자 검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바이아웃 부문은 고려아연 측이 주장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컨설팅 자료’를 본적도, 읽은 적도 없었으며 고려아연 측에서 억지 주장을 펼치기 전까지 그런 자료의 존재 또한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해당 자료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적도 없다는 주장이다.
MBK는 “스페셜 시튜에이션스가 2년 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적 친분으로 알려진 관계자로부터 받은 투자 제안 건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채 실무단에서 사장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MBK는 오히려 전혀 다른 투자 부문이 과거에 받은 자료를 공개매수에 어떻게 활용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고려아연 측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MBK는 “고려아연은 무책임한 주장을 계속하기 전에 2022년에 진행하려 했던 투자건이 무엇인 지와 그 투자건이 현재 MBK 바이 아웃 부문이 영풍 백기사로 진행하고 있는 투자 건과 어떻게 관련돼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MBK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이 더이상 1대 주주 비방에 회사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것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주주가 궁금해하는 의혹에 답해줄 것을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다음달 23일 임시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주확정 기준일(주주명부 폐쇄일)은 오는 20일이며 임시 주총 안건 결정 및 소집 공고가 나오면 주주 표를 얻기 위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위임장 확보전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들은 지난 9월부터 공개매수 등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이 39.83% 지분을 확보하며 최윤범 회장과 우호세력 지분 합으로 추정되는 35%보다 앞선 상황이다. 다만 양측 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위임장 쟁탈전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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