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22)] 계엄령 발동위해 국지전 유도했나...평양 상공 드론 목격한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화공(火攻)을 하기 위해서 동남풍을 빌었다. 공명은 1년에 단 3일 동남풍이 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발동하기 위해 북풍을 빌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국지전 유도이다. 북풍은 12.3 비상계엄 설계자 중의 하나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도 나온다.
국지전을 유도했다면 세가지를 검토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무인기를 민감한 시기에 가장 민감한 곳으로 침투시키거나, 서북도서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아주 강력하게 실시하는 방안, 북한이 보내는 오물풍선에 대한 대응조치로 원점타격을 하는 것 등이다. 각각이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2010년 우리 해병이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자, 북한이 이를 빌미삼아 연평도를 도발한 경험이 있다.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첫 번째. 평양 상공의 무인기
10월 10일 쌍십절은 북한의 최대 기념일 중의 하나이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로 매년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이곤 한다. 10일 밤에는 김정은이 주최하는 대규모 축하연도 열리는데 외교사절도 참석한다. 행사 준비로 한창 분주한 이 무렵,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떴다.
북한 외무성은 2024년 10월 11일 저녁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 9일 10일 심야 시각, 평양 중앙당촌 상공에 삐리를 살포했다며 중대한 군사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국방부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의 군사법원 대상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었다. 김용현은 확인 요청을 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처음에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김용현은 1시간 동안 내부 입장을 정리한 후, “국가안보상 전략상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다음날인 12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에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8시경 인민군 총참모부는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지시했다. 그러자 13일 국방부가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말로 보면 전쟁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계엄 모의설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시기에 발발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남북한의 긴장을 고조시켜 국지전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설마 그런 무모한 북풍공작을 도모했겠냐며 지나친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시민단체의 작품이라든지, 북한의 내부 결속을 위한 자작극이라는 추론도 있었다.
국제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러시아 정부 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가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를 인터뷰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10월 9일 새벽 0시 30분쯤 평양의 중앙지역 상공에서 드론이 비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대사관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발코니로 나간 사람들이 그 소음을 머리 위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드론이 최소한 세 바퀴는 돌았으며, 그때 평양은 절대적인 정적 속에 있었기 때문에 착각할 수 없었다”고 구체적으로 정황을 묘사했다. 그는 다음날 대사관 주변에서 경찰들이 무인기에서 떨어진 전단을 수거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드론사령부가 운영중인 ’S-BAT’와 형태와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고 보았다. 북한이 이 정도로 정밀하게 무인기를 복제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해서 얻을 이득이 없기에 자작극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민간이 군사적인 위험성을 뚫으면서 평양 상공에 삐라를 살포하는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한 것이다.
군과 방위사업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소형 무인기 기종은 고도가 높아도 소리가 쉽게 들려 발각되기 쉽다. 반경 2km까지 소리가 들린다. 정찰에 적합하지 않다. 당연히 전단을 뿌리는 용도로도 부적합했다. 그래서 전투용이 아닌 훈련용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이 때문에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었다. 발각되기 쉬운 기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정예 부대가 열병 연습을 하는 상공에 삐라를 뿌려서 북한을 도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당시에는 설마했지만 비상계엄이 발동되고 난 후에는 사건이 재조명되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국방위원회(2024년 12월 9일)에서 평양 무인기와 관련, “실제로 우리 군의 작전에 따른 것이고 김용현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제보를 내부에서 받았다”며 계엄을 전제로 한 것인지 따져 물었다. 부승찬 의원도 12일 보도자료를 냈다. “소음이 커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무인기 기종을 북한에 (일부러) 들키려고 투입한 것이고 북한의 보복 군사 행동을 유발해 남북 국지전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엄령이 발동된 후 12월 8일 드론작전사령부 예하 부대 내 컨테이너 화재사건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화재로 평양에 갔던 무인기 장비를 불태워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공개했다. 사령부는 이에 대해 방화가 아니라 전기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내란특위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단장 정동영 의원)은 이같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드론작전사령부 방문을 계획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부대관리 훈령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승인했다. 진상조사단이 요구한 2024년 10월 상황일지 제출도 거부했다. 드론사령관의 용산 방문, 무인기의 파손 유실 여부에 답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서해에서의 강력한 포격 훈련
지난 2018년 남북이 체결한 9.19군사합의로 북방한계선(NLL) 인근해상이 완충구역(적대행위 금지구역)으로 설정되었다. 2023년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2024년 1월 서해 NLL 인근에서 해상사격을 감행했다. 대응조치로 우리 해병대도 일회적으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 위치정보시스템 교란 공격등을 하자 윤석열 정부도 2024년 6월 4일 9.19군사합의의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해병대는 6월 26일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중단 7년만이다. 이 무렵, 김용현이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에게 충성할 4명의 장군을 소개했다. 그리고 9월 5일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에 취임하기 하루 전 날, 사격 훈련을 다시 했다. 9.19군사합의 이전에는 평균 3개월만에 한 번씩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은 91일만이다.
11월 27일 백령도에 배치한 해병대 6여단이 K-9 자주포 200여발을 쏘는 해상사격훈련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한 것도 의심스러운 사안이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앞두고 도상훈련과 병력 배치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다. 통상 3개월 마다 실시하는 훈련인데 앞당겨서 83일만에 훈련을 했다. 만약 이날 북풍이 불었다면 12월 3일은 계엄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2023년 11월에 합동참모본부가 황해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4군단 사령부를 폭격하는 ‘합동타격계획’을 수립하였다고 한다.(‘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반성적 회고’ 경향신문 2025년 1월 16일) 합참은 대통령실 지시 때문에 이 계획을 수립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며 실행에 반대했다. 그러나 합참은 이 계획에 이어 북한의 전방 4개군단(1,5,2,1)까지 타격 계획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전면전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고 김종대 전 의원은 밝혔다.
세 번째. 원점타격
북한은 2024년 5월28일부터 계엄 전야까지 7000여개의 오물풍선을 내려보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2024년 12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용현이 북한 오물풍선의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계엄령이 발동되기 직전인 11월 28일 김용현이 구체적인 지시를 합동참모본부에 내렸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풍선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원점 타격은 기존 국방부 방침과 어긋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기헌 의원은 합참 작전본부장도 반대해 원점 타격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합참은 32번째 오물풍선에 대해서 위협평가회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JTBC는 김용현이 두 번이나 오물풍선 건으로 합참을 방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11월 18일과 29일 새벽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찾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31, 32번째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직후이다. 11월18일에는 “북한의 행위는 선을 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 경고한다”는 합참 명의의 대북 성명도 나왔다.
김용현은 북한의 신형 ICBM‘화성 19형’ 등 미사일 발사나 남북 간 연결도로 폭파 등 도발 상항에도 전투 통제실을 찾지 않았다. 유독 오물풍선 사건만 챙겼다. 김용현 측은 “오물풍선 발생지 원점 타격을 국방부 장관이 검토하고 지시한 건 지극히 정당한 사무”라고 설명했다. (JTBC ‘오물풍선’ 각별히 챙긴 김용현...계엄 직전 ‘전투 통제실’ 2번 갔다. 2024년 12월 26일)
김용현은 이에 앞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부양 원점을 비롯해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할 생각”이라고 밝혔었다. 계엄 실패 후에 곽종근도 국회에서 2024년 10월 "김용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참 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비화폰으로 통화하면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풍선 부양 원점 타격은 황해도 지역을 포격하거나 전투기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원점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국지전으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
국가정보원은 2024년 10월 말-11월 초에 특수전 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의 협조를 받아 백령도 일대에서 오물풍선을 레이싱 드론으로 수차례 격추한 일이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했다.(‘국정원, 계엄 한달 전 백령도서 북 오물풍선 수차례 격추’ 한겨레신문 2024년 12월 16일) 레이싱 드론은 조종하는 사람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실제로 드론에 탄 것처럼 정밀하게 조종 사격할 수 있도록 만든 무인기다.
이 안은 홍장원 1차장이 수립한 것으로, 작전 수행 후에 조태용 원장이 윤석열에게 보고했다. “대통령님이 크게 칭찬하셨다”고 하여 국정원 회의에서 우수 사례로 공유했다. 당시 심리전단을 책임진 황원진 2차장과 합참은 북방한계선 일대 드론 비행은 무력충돌 위험이 높고 유엔사령부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며 반대했다 한다. 실제로 국정원이 수행한 작전은 원점 타격은 아니었다. 우리 영해와 영공에서 이루어졌다.
국지전 유도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과 미국은 안보상 중대한 위협이 우려될 때 데프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끌어올린다. 그러면 작전통제권이 미군에게 넘어간다. 그 보다 낮은 국지 도발의 경우 한국군 합참의장이 N시(Notification Hour)를 선포하고 한미가 연합위기관리 태세에 들어간다. 한미가 합동으로 위기 관리를 하게 되면 계엄 하에서도 군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아래서도 그 틈새를 노려 국지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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