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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16)

 윤석열의 외교안보교사 김태효 HID를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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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입력 : 2025.03.06 06:41 ㅣ 수정 : 2025.03.06 21:36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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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시 1차장과 1953년 5월 1일 북파공작원 켈로부대 유격대 헌병대원 일동이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 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12.3 비상계엄이 이전에 세 번의 수상한 군부대 방문이 있었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윤석열의 방첩사 방문(2023년 3월).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31년 만이다. 2024년 3월 충암파의 핵심인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방첩사 방문. 국방부도 모르게 한 비공개 방문이었다. 계엄법은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건의권을 갖고 있는 장관의 수상한 방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비공개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공개되는 군대 방문을 놓고 그 자리에서 계엄을 논의했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방문, 업무와 연관이 없는 방문에 의혹의 시선이 멈추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을 작당하는 입장에서는 직접 병력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을 수 있고, 해당 부대는 고위층의 방문에 사기가 진작되었을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이 방첩사를 방문했을 무렵, 강원도에 있는 북파공작원부대(HID)를 비밀리에 방문했다. 국가안보실에서 안보를 담당하는 2차장이 아니고, 외교 담당인 1차장의 군대 방문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것도 HID. 12.3 비상계엄이 발동되자 김용현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김태효이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김태효의 HID 방문이 계엄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의원은 “외교를 담당하는 차장인데 왜 여기를 간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북파공작원을 이용해서 내란을 획책한 의도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자신도 군대 생활 39년 하면서 허락이 안 떨어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비밀스러운 곳이라고 했다. 원래는 윤석열이 방문하는 계획이었는데 변경이 되어 김태효가 가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효는 이에 대해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부대 근무 수당이 열악하다고 해서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려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상계엄 발동 1년 9개월 전의 방문을 두고 계엄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왜 안보실 2차장이 가지 않고 1차장이 갔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HID는 계엄날 경기도 판교에서 대원 30여 명이 출동 대기 상태였다. 암살 전문 최정예 부대인 이들은 북한군으로 위장해 소요를 유발하거나, 국회의원 등을 사살 체포하거나 선관위 직원을 납치 구금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김태효가 어떤 인물이기에 그의 HID 방문을 주목하게 되는 것일까? 김태효는 윤석열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자주 어울리는 술친구이자 외교 안보 가정교사였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김성한 조태용 장호진 신원식으로 국가안보실장이 바뀌는 동안 1차장 자리를 계속 유지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대통령’이란 별명이 붙었다.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출신이다. 나카소네 일본 총리가 세운 세계평화연구소가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 이명박을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참여한 후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비서관과 기획관을 지냈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협정(지소미아)를 밀실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협정 조인 1시간 전에 무산되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일본과의 굴욕적 합의가 많았다.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 3자 변제 방식 수용,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데 합의, 오염수 방류 허용 등이다. 김태효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KBS 대담)라고 발언해 큰 파문이 일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을 중심으로’(2001)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나기’(2006) 등의 논문으로 미국과 일본의 오랜 숙원인 아시아의 작은 NATO 구축론을 우리나라에 전파했다. 2018년에는 ‘한미일 안보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는 등의 칼럼을 썼는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개입하는 길을 터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윤석열은 2023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의 정상 회담을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의 출범을 알리는 선언을 채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뉴라이트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공저자),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등등. 한국의 혼과 얼을 바로 세우고 역사를 정립하는 기관의 장을 모조리 친일사관을 갖고 있는 이들로 채웠다.

 

“일제 강점기가 도움이 됐다”, “일제 시대에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뉴라이트정부’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광복회가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따로 모이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부의 뉴라이트 경도에 대해서는 이종찬 광복회장이 “용산에 밀정이 있다”라고 했는데 김태효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윤석열은 각종 축사 자리에서 그의 편협하고 냉전적인 역사관들을 마구 쏟아냈다. 친일 반공 반북 반중 등 야당을 적대시하는 발언의 강도가 세졌다. 거칠 것 없는 뉴라이트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 (2022년 10월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 자리에서)

 

윤석열이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동원하여 야당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윤석열은 이 무렵 안보지원사령부를 방첩사령부로 승격 개편했다.(2022년 11월 1일)

 

주사파 출신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잠시 활동했던 민경우 길(시민단체)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하는 주사파는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허황된 구호에 가깝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이미 상실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당장에라도 나라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사회적 힘과 영향력은 미미하다. 주사파는 사회적으로 사라진 폐어(廢語)로 극우세력들이 필요에 따라 만든 조어에 불과하다”라고 했다.(‘윤의 반국가세력은 누굽니까...골수 주사파 민경우에 묻다’ 중앙일보 2025년 1월 14일) 한마디로 주사파는 이제 유령이라는 것이다.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위는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행위이다” (2023년 6월 13일 보훈의 달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은 이미 육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등 독립군 지우기에 나섰다.)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2023년 8월 15일 경축사)

 

둘로 쪼개진 202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이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 주장은 2024년 8월 19일 을지국무회의에서 보다 명확해졌다.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 지대 도발에 대해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다.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했다”라고 분석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을지국무회의 발언에 계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허위 정보는 북한의 공작이고, 반국가세력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을 지칭하는 것이다. 북한과 전쟁이 일어나면 이들 반국가세력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기에 전 국민이 항전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계엄령 발동 이후 보여준 윤석열의 생각의 원형이 이 을지국무회의 발언에 그대로 담겨있다. 계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김태효가 윤석열의 계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계엄까지 가게 된 3중 구조를 추론해 볼 수는 있다. 기저에 해당하는 1층에는 각종 음모론에 젖어있는 윤석열의 망상, 2층에는 김태효 등이 윤석열에게 심어준 신냉전 사고, 그리고 마지막 3층에는 충성을 바치기로 한 김용현 등 충암파와 정치군인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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