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3월 정기주총 핵심 키워드는 '전문가 사외이사 영입·유리천장 깨기'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2.28 05:00 ㅣ 수정 : 2025.02.28 05:00

장기적 성장 전략·신사업 발굴·리스크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적극 영입
삼성전자, 이사회에 반도체 외부 전문가 1명 보강해 기술 초격차 확보
SK하이닉스, 이사회 축소해 5인 체제로 운영...'양보다 질'에 집중
현대자동차, 사내외 이사에 여성 2명 추진해 '유리천장' 기업 이미지 탈피
LG, 구광모 회장 혁신전략 돕는 '3인 사내이사 체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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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주들이 2024년 3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기업의 연례행사인 3월 정기주주총회가 곧 막을 올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관세 폭탄'이 쏟아지면서 국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기주총은 예년과 같이 △주가 부양 △실적 개선 △이사회 선임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내외 이사 선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이사회가 회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균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회사 경영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 발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영컨설턴트 ‘유니코써치’에서 사외이사·지배구조를 담당하는 정경희 부문장은 <뉴스투데이>에 “최근 대기업은 이사회 경험이 없더라도 기업 핵심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갖춘 참신한 인재를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경희 부문장은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 전략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등에서 사외이사 역할이 갈수록 커져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적극 영입하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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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4년 3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임 사외이사로 반도체 분야 외부 전문가 1명과 사내 임원 2명을 이사회에 보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또다시 연기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근원 경쟁력 회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배치해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일궈낼 계획이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이정배 고문, 김한조 이사장, 김준성 최고투자책임자(CIO) 뒤를 이어 사내 인물은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을 발탁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장을 비롯해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 3개 보직을 맡아 연구개발(R&D)부터 사업화까지 반도체 사업 전반을 책임진다.

 

송재혁 CTO는 D램, 플래시 메모리 등 공정개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모든 과정에서 성과를 내는 데 일조한 핵심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로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이혁재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반도체 PD △국가 미래성장동력 지능형반도체 추진단장 △차세대 반도체 혁신공유대학 사업단장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센터장 등을 지내 모두가 인정하는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정기주총은 핵심 경영진이 주주 질문에 직접 답하는 ‘주주와의 대화’에서 메모리 반도체,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점쳤다.

 

그는 "지난해 정기주총에는 당시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이 개선 과제로 △강건한 사업 경쟁력 확보 △초일류 기술 리더십 △도전하는 조직 문화 등 3가지를 제시했는데 전 부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어떤 경영 해법을 제시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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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이 2024년 8월 2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승인을 위한 양사 임시 주주총회(주총)가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SK서린빌딩에 마련된 주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SK그룹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후임을 결정하지 않고 5인 체제로 전환한다. 

 

올해 법률상 최대 재임 기간인 6년을 보낸 하영구 사외이사와 박성하 기타비상무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만 올라왔다.

 

하 이사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사외이사 영입을 보류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도 사외이사를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이사회 인원이 한 명 더 줄어든 5명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이사회 운영을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이사회 2.0’을 도입해 그룹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2.0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진은 의사 결정에, 이사회는 사전 전략 방향 수립 및 사후 감독 기능 강화 등 업무 감독 중심으로 이사회 역할을 재정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전문성이 보장된 인물을 중심으로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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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첫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전통적으로 현대차는 ‘남초’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유리천장(glass ceiling)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여성 임원을 계속 늘려왔다.  유리천장은 기업에서 능력이 있는 여성이 고위직에 승진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다음 달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57기 정기주총을 열어 진은숙 현대차 ICT(정보통신기술) 담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이번에 진은숙 부사장을 여성 사내이사에 처음 발탁한 것 역시 이 같은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신임 사내이사 후보에 내정된 진 부사장은 과거 NHN에서 총괄이사를 지낸 후 현재 현대차 ICT 부문을 맡고 있다.

 

그는 디지털 혁신과 ICT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와 디지털 전환 전략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김수이 전(前) CPPIB(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글로벌 PE 대표도 여성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 및 펀드 운영 경험을 통해 현대차 재무 전략 및 글로벌 투자 확대를 이끌어 현대차 장기 성장 전략과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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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편 LG그룹은 새로운 사외이사 영입보다는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 ㈜LG는 권봉석 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 COO)과 하범종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재선임해  '구광모-권봉석-하범종' 3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한다. 

 

구광모 회장과 권봉석 부회장은 2014년 지주사 시너지팀에서 손발을 맞췄다. 

 

권 부회장은 2022년 ㈜LG COO 자리에 올랐는데 이 자리는 총수를 보좌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장기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권 부회장에 대한 구 회장의 신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석은 권 부회장의 이사회 재선임으로 다시 확인됐다.

 

하범종 사장 역시 구 회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하 사장은 구 회장 체제에서 첫 CFO로 발탁됐으며 2022년 신설한 지주회사 운영 전반 및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를 수행할 경영지원부문 리더로 임명됐다. 그는 재경·법무·ESG(환경·사회·지배구조)·홍보 등 LG 경영지원 전반을 총괄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뉴스투데이>에 “이사회 선임은 매년 관심을 보이는 스테디셀러 이슈"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 대응 전략이나 미래 투자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주주 관심이 커져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주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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