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은행 가계대출 숨통 트일까...‘부동산 회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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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가계대출 실적이 저조했던 가운데 올해 금융당국의 ‘한도 완화’가 호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 회복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허용치를 높게 설정한다는 계획인데, 실효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42조9062억원으로 전년 말(42조2904억원)보다 1.5% 늘었다. 은행별 증가율은 경남은행이 6.6%로 가장 높았고 광주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0.9%, 0.8%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은 -0.9%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평균치는 6.4%로 지방은행의 4배 수준이다.
특히 지방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적이 부진했다. 전북은행의 지난해 말 주담대 잔액은 2조694억원으로 전년 말(2조1451억원)보다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은 14조6752억원에서 14조4535억원으로 1.5%, 경남은행은 9조7705억원에서 9조7656억원으로 0.1% 줄었다. 광주은행만 유일하게 4조8964억원에서 4조9828억원으로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의 주담대 부진은 지역 부동산 시장 부진 상황과 연결된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로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성장세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거주 인구 감소와 부동산 거래 둔화로 주담대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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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방은행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건 가계대출 규제 완화다. 그동안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온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한도를 시중은행 대비 높게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시중은행은 경상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3.8% 이내서 관리하도록 하는 대신 지방은행은 약 4~5%대 수준까지 용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 회복 대책의 일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 7만173가구 중 지방(5만3176가구) 비중은 75.8%에 달한다. 다 지어진 주택이 분양되지 않을 경우 건설사 뿐 부동산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지방은행의 대출 실행 여건 완화로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은행들은 ‘텃밭’인 지역의 가계대출 수요를 흡수할 여력 자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이 예년보다 축소된 대출 증가율로 대출 취급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지방은행의 영업 환경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과의 경쟁 심화로 대출 증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각 은행이 보유한 자금에 따라 연간 대출 목표치를 설정했을 텐데, 금융당국의 인센티브 수준이 이보다 높으면 호재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방은행은 보유 여신 자산의 대부분이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경기나 정책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 부동산 시장과 주택자금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 선결조건이 존재하는 만큼 낙관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금융당국이 풀어준 가계대출 증가율인 4~5%대를 꽉 채워 실행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지난해 연간 실적(1.5%)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실적 제고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DSR은 차주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건데, 지방에 한해 DSR 비율이 완화되면 차주의 대출 한도도 늘어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 방안도 지방은행 대출 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고 지방 미분양 현상이 해소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지방에서 돈을 못 빌려 주택을 못 사는 건 아닐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방의 주택 가격이 수도권보다 싸다는 걸 고려했을 때 대출 한도 부족을 겪은 차주는 많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건 애초에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영향도 있고 이미 계약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체 원화대출에 포함되는) 기업대출의 규모나 건전성도 가계대출 운용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연중 실적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