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트럼프 변수에 난리 난 금값…'金테크' 열풍 언제까지
올해 금현물 일평균 거래대금 530억원…전년比 4배 상회
금 투자 ETF에도 '뭉칫돈'…전문가들 "단기 가격 조정 주의"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금(金)'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이 전세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 안전자산인 '금'의 신고가 랠리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통해 직접 금 투자에 나섰고, 각 증권사는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금 투자' 카테고리를 전면 배치하는 등 이를 리테일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0원(0.04%) 오른 14만65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지난 14일 종가 기준 16만353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4거래일간 총 1만7020원(10.41%) 내리며 단기 조정을 겪었고, 이날 다시 반등했다. 지난해 말 종가(12만7850원) 대비로는 14.64% 상승률이다.
금 가격은 전세계적으로 신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일(현지시간) 장중 2954.69달러(온스당)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가격의 한 달 기준 상승률은 7%대, 1년 상승률은 40%대를 웃돈다.
금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지목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가까스로 잡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은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며,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와 함께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금 가격 신고가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9년 연평균 127톤(t)에 불과했던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2022년 270톤, 2023년 263톤, 2024년 261톤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미국 달러화 중심의 외환보유고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로 해석된다. 세계금협회(WGC)가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관의 62%는 '미국 달러화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69%는 '향후 5년 안에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빠르게 치솟은 금 가격에 단기 오버슈팅(Over shooting) 우려도 나오지만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에 배팅하는 모양새다.
올 들어 21일까지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529억8085만원으로, 지난해 244거래일의 일평균 거래대금 약 115억2324만원을 4배 넘게 웃돌았다.
한국거래소의 'KRX금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코스콤의 ETF체크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에는 연초 이후 지난 20일 기준 약 241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한 달간에는 약 1829억원이, 1주일 동안에는 약 528억원이 밀려들어왔다. 덕분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B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미래 가격에 배팅하는 선물 ETF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운용의 'KODEX 골드선물(H)'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에는 연초 이후 각각 328억원과 152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한 달간 유입된 금액은 각각 296억원과 83억원이다.
금 투자 수요가 지속되자 증권가는 이를 리테일 부문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 금 현물 거래 메뉴를 메인 화면에 배치하고 거래 신청 절차를 항목별에서 통합 신청 방식으로 간소화하는 등 금 현물 거래 서비스를 개편했다. 다음 달부터는 금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 할인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금 관련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삼성증권은 채권 또는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매수한 온라인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금 1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의 금에 대한 관심을 리테일 거래로 연결시킨 것이다.
한편 투자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단기 변동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위험 회피 목적으로 유입이 가팔랐던 수요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신흥국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금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유효하다"면서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속도에 따라 레벨은 차이가 있겠지만, 금년 말 금 가격은 온스당 3300달러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짚었다.
허 연구원은 다만 "현재 오버슈팅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등 현재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이 훼손될 경우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 차익을 위한 금 보유보다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 및 중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금 현물 투자에 대해 경고음을 울렸다. 이 연구원은 "금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에 힘입어 상승했지만, 글로벌 금 현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지역별로 괴리율이 확대됐다"며 "특히 KRX 금현물은 국제 금 대비 큰 폭의 초과 괴리율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 충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은 만큼 국제 금현물 또는 금선물로의 교체를 권고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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