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지만 첨단 AI 기능 없는 아이폰 16e, 삼성 갤럭시 '벽'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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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애플이 2022년 3월 출시된 아이폰(iPhone) SE 3세대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보급형 모델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가성비 아이폰은 ‘SE’라인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6 시리즈에서 파생됐음을 암시하 듯 '아이폰 16e’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애플도 아이폰 16e에 대해 '아이폰 16 제품군의 강력한 새 멤버"라고 자랑했다.
이는 신형 제품이 아이폰 16 시리즈 기본 모델보다 200달러(약 30만원) 저렴하지만 같은 애플 자체 개발 칩과 가성비 모델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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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16e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A18 칩을 탑재했다. 이 칩은 아이폰 16 시리즈에도 장착됐다. 이에 따라 신형 제품은 플래그십(주력)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앱과 게임을 만끽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애플은 그동안 미국 칩 제조업체 퀄컴의 모뎀 칩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칩 CI를 적용했다"며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규정에 맞춰 USB-C 충전 포트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6e는 애플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지원돼 이미지 생성과 알림 요약 등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액션 버튼을 사용할 수 있고 위성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통해 인터넷 없이 문자를 전송하거나 긴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한 디자인은 홈 버튼을 없애고 페이스 ID를 지원하는 더 큰 화면을 갖춘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실시간 정보가 표시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없고 후면 카메라는 하나만 갖춰 플래그십 모델과 차별화를 뒀다.
카이안 드랜스 애플 글로벌 아이폰 제품 마케팅 부사장은 "아이폰 16e는 아이폰 16시리즈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강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라인업(제품군)을 완성해 더 많은 사람이 아이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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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갤럭시 S25 시리즈에 애플 도전장...상반기 스마트폰 시장 뜨거워
이번 아이폰 16e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를 견제하기 위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플래그십 모델을 매년 9월, 가성비 모델을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비주기적으로 공개한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초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어 최신 갤럭시 S 시리즈를 공개하는 삼성전자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애플이 아이폰 16e을 출시한 것은 상반기부터 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 스마트폰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가성비 라인업(제품군) ‘아이폰 SE’가 아닌 삼성전자와 애플이 순위를 다투는 본 무대인 플래그십 라인업에 보급폰인 아이폰 16e를 포함시킨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16 못지않은 강력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보급형 최초로 AI 타이틀을 걸면서 ‘비싼 출고가’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아이폰 16e의 출고가는 599달러(약 86만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799달러(약 116만원)에 판매되는 갤럭시 S25 기본형 모델과 비교하면 200달러 가량 저렴하다.
비싼 가격정책을 고수하며 기대에 못미치는 기술 혁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가격을 낮춘 고사양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이폰 판매가 최근 감소세를 나타낸 데 따른 고육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아이폰 판매 역성장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2023년 4분기와 비교해 1% 줄었다. 특히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이 무려 11% 급감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매출을 거둔 것은 2023 회계연도 1분기 이후 2년 만"이라며 "특히 중국 등 중화권 시장을 중심으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점이 결정타"라고 설명했다.
특히 4분기는 신규 아이폰 출시와 연말이 맞물려 애플의 전통적인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매출 부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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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형 AI 스마트폰 경쟁 본격화…'가격 인상' 아쉬움도
일각에는 아이폰 16e가 보급형 제품으로 출시돼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 '갤럭시 A'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애플이 마케팅 차원에서 치고 나간 측면도 없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같은 해 3월 출시된 갤럭시 A 시리즈 가운데 고사양 제품에 해당하는 A35, A55에 AI 기능을 업그레이드 했다. 다만 기능은 간편한 동작만으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서클 투 서치’ 에 한정됐다.
일반 스마트폰은 AI 기능을 맛보기 수준으로 추가하고 있어 사실상 애플이 ‘보급형 AI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만하다.
‘AI폰 대중화’를 추구하는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출시하는 갤럭시 A 라인업에 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등 국내외 주요국에서 '어썸 인텔리전스'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어썸은 그동안 갤럭시 A 시리즈와 관련된 마케팅 용어로 활용돼 왔다. 이에 따라 어썸 인텔리전스는 갤럭시 A 시리즈의 AI 기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두 회사가 보급형 AI 스마트폰에 힘을 주면서 스마트폰 시장 지형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판매된 글로벌 스마트폰 가운데 600달러(약 86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은 25%다. 즉, 4대 가운데 1대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얘기다.
600달러 이상인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애플이 67%로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전자는 18%를 기록해 2위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공개한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위(19%), 애플이 2위(18%)다. 양사간 격차는 1% 포인트로 근소하지만 삼성전자가 앞섰다.
이는 플래그십 라인업에 속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보급형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선 셈이다.
1·2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프리미엄폰과 보급형폰을 모두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애플 신제품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많이 올랐다"며 "이는 AI를 채택하며 플래그십에 준하는 스펙을 갖춰 부품원가 인상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보급형 제품을 찾는 이유가 스펙이 조금 낮더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가격경쟁력'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도 제품 구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앞으로 출시될 대부분 스마트폰에 AI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급형-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기능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보급형' 취지에 맞게 기능을 낮추고 가격도 내리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