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오요안나 청문회'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설전...안호영 위원장과 임이자 의원이 가까스로 마무리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2.20 18:25 ㅣ 수정 : 2025.02.20 18:25
20일 여의도 국회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개최…김문수 장관 참석 MBC 감싸는 민주당과 오요안나씨 청문회 주장하는 국민의힘 간 대결 구도 안호영 위원장‧임이자 의원 중재로 취약 계층 고용 지원 현안 논의 주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박진영 기자]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2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MBC 고(故) 오요안나 캐스터 사망 사고에 대한 청문회 추진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MBC를 옹호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번 사고를 강하게 조사하려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또 다시 과거 발언들을 문제로 삼았다. 김 장관의 환노위 전체회의 참석에 대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소속인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나서서 취약 계층의 노동 문제 등 고용노동부에 산적해 있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도록 조율하면서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회의에서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환경부 소관 개정 법률안과 작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의결하고, 직장내괴롭힘과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 대책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회의는 오요안나 캐스터의 사망사고에 대한 청문회를 본격 추진하려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를 주도할 김문수 장관의 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번졌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은 단지 한명의 사건이 아니라 MBC와 방송계에 있는 뿌리 깊은 악습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MBC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 때문에 청문회가 진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원은 "MBC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도록 (김 장관의 과거 발언에)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젊은 여성이 이렇게 세상을 등지는 상황에 저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이념이 들어가면 안된다"며 "저는 민주당이 왜 청문회를 안 받아주시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쿠팡, SPC, 뉴진스 사고는 청문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오유안나씨 1년 연봉이 1600만원 수준이다. 왜 이렇게 소외당하고 힘든 사람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나"며 "MBC는 자료 요청을 했는데도 주지 않았다. (안호영) 위원장님께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김소희 의원이 20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왜 민주당이 MBC 청문회를 거부하는지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답답한 마음이 많다"며 "쿠팡 청문회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잡았다고 여당에서 비난하다가, 뒤늦게 청문회를 한 것 아니냐"면서 기존 노동자 사망 사고나 직장괴롭힘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여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늦장 행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누가 봐도 (기상 캐스터에} 근로자성이 인정되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사건만 터지면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성 인정을 전제로 이렇게 조치가 들어가는 것에 유감이라고 말씀드린다"며 "어떻게 적극행정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서 저희 위원회에 보고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오요안나 캐스터 사망 사고와 관련해 큰 관심을 갖고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데 대해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의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김문수 장관은 지난 청문회에서부터 일제시대 조선 사람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주장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무위원 자격도 없음이 확인되어 환노위에서 쫓겨난 장관이다"면서 "최근에는 대정부질의에서 김구 선생의 국적은 중국이라고 강변(强辯)했다.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인정하고 이 회의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 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김 장관은) 국무위원 자리를 이용해 내란을 옹호하고 극우세력을 자극해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라며 "환노위의 역사 부정, 내란옹호, 내란 선동을 하는 장관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 안호영 위원장께 환노위 의결로 퇴정 조치를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발언에 김 장관은 재판 결과가 나올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안 위원장은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김 장관을 세 번 퇴장 조치한 바가 있다. 하지만 계엄 이후 난국을 타개하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고 노동자나 프리랜서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 등이 시급하고, 임금체불과 청년 고용, 청년 연장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를 환노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김 장관은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 주셔야 된다"고 부탁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이 다시 김 장관의 과거 발언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고, 환노의 회의 본질과 관련한 내용인가에 대한 시비가 붙었다.
박 의원은 계엄이 불법이 아니라는 김 장관의 의견에 대한 생각을 거듭 물었다. 김 장관은 "계엄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봐야 한다. 왜 (박해철) 의원이 판단하나. 계엄에 대한 질문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주고 물어봐야 한다"면서 "오요안나 사건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말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박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맞다. 장관은 당연히 의원의 뜻을 존중해서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김 장관은 "성실하게 답변을 하는데, 완전히 다른 질문을 그냥 마음대로 하면서 답변을 강요하시는 것은 옳지 않은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답변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그럼 고용노동부 장관은 밖에서는 왜 딴 얘기를 하냐"며 고용‧노동 관련 행사에서 계엄 옹호 발언을 하는 김 장관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자리가 국무회의라고 해서 모든 질문에 답변할 필요는 없다. 답변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 자리에서 그런 부분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직장괴롭힘에 대해서 질의하는 회의에 안 위원장님도 거들어서 그런식으로 말을 하면 안된다. 오늘 현안에 맞는 질의를 할 수 있도록 회의를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물어볼 수 있다. (의원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장관이) 선택적인 답변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장관은 소신껏 답변해달라.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위원들께서 질의하는 것은 국민들께서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고 말하면서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 장관께서 평소 해 왔던 언행에 근거해서 물어보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답변 못할 사항에 못한다고 얘기하시면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께서 또 하시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철 의원은 "계엄을 하려면 군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나"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그 부분은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어떤 질문은 답변을 하고, 어떤 부분은 회피를 하고 있다"며 "국무위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원하는 답만 하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오요안나 캐스터 사망 사고와 관련해 청문회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박진영 기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여러 가지로 답변을 자제하시는 것은 저는 맞다고 생각한다"며 오요안나 사건과 프리랜서 특고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임 의원은 "이 부분(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의견이) 같다고 생각한다"며 "생각이 저기에 계시는 이용우 의원님이나 박홍배 의원님이나 여기 계신 김형동 의원님, 조지연 위원님, 저,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고, 더 이상 미뤄서 될 문제는 아니다"고 발언했다.
이어 "다만 서로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서로 설득하고 타협해 내느냐가 큰 숙제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박홍배 의원은 "우리도 12월 3일 이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보좌관은 뺨이 찢어져서 꼬매는 수술까지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이 이런 말들을 하면 안된다"면서 "(장관은) 11월 1일은 안 나오다가 왜 오늘은 나왔나. (환노위 회의는) 장관이 오시고 싶으면 나오고, 아니면 안 와도 되는 곳인가"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박 의원의 질문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해서 안 나온 적은 없다"고 응답했다.
박 의원은 "포고령에 노동조합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포고령에 그런 내용이 포함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