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잘 나왔는데...지방은행, 부실채권 급증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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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실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자산 건전성은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특히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 증가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핵심 영업 지역인 지방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차주 상환 능력이 약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은 올해도 잠재부실에 대비한 ‘방파제 쌓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구 DGB대구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6562억원으로 전년(1조4453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4550원으로 가장 많았고 △iM뱅크 3710억원 △경남은행 3163억원 △광주은행 2927억원 △전북은행 221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호실적은 이자 이익 성장에 기인한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거둔 이자 이익은 총 5조5691억원으로 전년(5조4691억원)보다 1.8% 늘었다. 이 기간 원화대출금이 192조4241억원에서 199조6562억원으로 3.8% 증가한 효과로 보인다. 대출 자산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지방은행의 이자 이익도 늘어났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이 같은 실적 성장에도 안도감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보유한 대출 자산 곳곳에서 건전성 악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지방 경기 둔화가 지방은행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총 1조3370억원으로 전년 12월 말(1조258억원) 대비 30.3% 늘었다. 은행은 보유 여신(대출)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총 5단계로 나눠 관리하는데 하위 3단계는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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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NPL 추이를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2580억원에서 4505억원으로 7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iM뱅크는 3618억원에서 4305억원으로 20.0%, 경남은행은 1595억원에서 1897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또 광주은행은 1135억원에서 1284억원으로 13.1%, 전북은행은 1330억원에서 1379억원으로 3.7% 늘었다.
연체율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의 연체율 평균은 지난 2023년 12월 말 0.63%에서 지난해 12월 말 0.70%로 0.07%포인트(p) 올랐다. 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연체율 평균(0.35%)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1.09%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건전성 악화가 이어지면 대손충당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 충당금은 은행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화가 나타나는 데 대비한 일종의 비상금이자 방파제다. 다만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평균 181.7%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가계보다는 기업 쪽에서 부실화가 일어나는 편인데,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고객의 비중이 높아 경기 침체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한 우량 차주를 많이 확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갑자기 자산 구성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