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2.13 05:00 ㅣ 수정 : 2025.02.13 07:21
검찰, 이재용 '합병·회계부정' 상고 '후폭풍' 재계·여야 한 목소리로 "검찰 실익없이 경제에 악영향" 비판 '삼성 저격수' 하태경 "태어나 처음 삼성 편든다..검찰 상고 경제 폭거" 중국 첨단 기술 경쟁 가속페달 밟아 한국에 위협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로 삼성 경쟁력 회복 '첩첩산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중국이 첨단 기술을 내놓으며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데 최근 '검찰의 몽니'가 삼성전자 재도약의 골든타임을 빼앗아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 업체 엔비디아와 대만 기업 TSMC에 넘겨준 가운데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기술 개발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부터 햇수로 10년간 이어진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에 종지부를 찍어 그동안 멈춘 '경영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대규모 기업 투자 등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경영 수순을 밟는 듯 했지만 검찰의 대법원 상고로 다시 발목을 잡혔다. 이 회장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검찰 항소가 모두 기각됐지만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 특성을 감안하면 검찰의 대법원 상고가 1심과 2심 결론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무리하게 상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상고에 삼성전자의 경영시계는 또다시 최대 1년 가까이 멈추게 됐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검찰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해도 빠르면 6개월, 최대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진 = 삼성전자]
■ 검찰 상고로 이재용 회장 올해도 등기임원 복귀 '물 건너가'
검찰의 상고에 이 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는 또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이에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 결정이실익 없이 경제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까지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과거 삼성 잡던 하태경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親)삼성 발언을 한다"면서 "검찰은 '경제 살얼음판'에 얼음 깨지라고 돌멩이를 던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상고는 법 정의가 아니라 검찰권 남용이자 경제 폭거"라고 지적했다.
2심 이후 삼성이 경영 정상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근원 경쟁력 회복 지연'이라는 우려로 바뀌었다.
우선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 회장 가운데 미등기 임원 총수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검찰의 상고에 이 회장은 올해에도 등기임원 복귀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2016년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 회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임기가 만료된 이후 재선임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되지 않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 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등기임원 복귀설(說)이 이어졌지만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가운데 그가 1심에 이어 2심까지 무죄를 선고 받아 올해는 등기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대법원 상고로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대법원은 원심 결정에 법령위반 사유를 판단하는 ‘법률심’으로 진행된다"며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상고를 기각할 가능성에 근거해 등기임원에 복귀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 사법리스크가 연장돼 이 회장이 다시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가 모두 해소되기 전까지 등기임원에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다음달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올라가는 이사회 안건에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Harman) 최고경영자(가운데)와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왼쪽), 박종환 전장사업팀 부사장이 2016년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 회장 경영 전면 복귀 어려워져 AI 등 첨단기술 대형 투자·M&A '급제동'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이처럼 불투명해지면서 최근 관심을 모은 AI(인공지능) 등 대형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데이터센터 전문 합작회사 ‘스타게이트’에 투자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한국에서 열리는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Builder Lab)'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미국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 회장과 만났다.
이번 만남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급거 방한해 합류하면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727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아졌다.
오픈AI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향후 3년 안에 미국 대형 IT(정보기술)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앞세워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는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신규사업 성장 측면에서 적극 고려해 볼 수 있어 ‘한미일 AI 동맹’ 구축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러한 '큰 그림'은 검찰의 상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재로서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오랜 숙원인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급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TV·가전 등 주력 사업이 최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목마름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대형 M&A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 회장이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후 주도한 첫 인수 기업인 미국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 이후 대형 M&A 소식이 뚝 끊긴 상태다.
이렇다 보니 멈춰버린 삼성전자의 대형 M&A 시계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이 회장의 부재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일선 경영진들이 최근 몇 년간 공식석상에서 대형 M&A 가능성을 거듭 언급했지만 좀처럼 괄목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점도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대형 투자나 M&A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추진하려면 이사회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등기임원에 등록돼야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계속된 사법 리스크에 올해도 새 먹거리 사업 추진이 사실상 쉽지 않다.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로 3월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부회장과 박순철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의 사내이사 합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년이 넘어 자칫 11∼12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기화 국면에 돌입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경영진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당시 경계현 DS부문장 사장 등 주요 사업부 경영진이 사내이사로 활동했지만 대규모 투자, M&A 등 의사결정은 없었다"며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2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상고를 강행한 검찰 판단에 안타까움이 크다”며 “국내 최대기업 삼성의 경쟁력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사법 리스크가 중국의 '기술 굴기(우뚝 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