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반도체 사업 50주년 앞둔 삼성 '전자 5형제' 인사 살펴보니 이재용 '기술인재' 철학 묻어나
삼성 전자계열사 정기인사 마무리... '3040 젊은 기술 인재' 승진
삼성전자 이달 6일 반도체 사업 50주년...'기술 초격차'가 관건
삼성디스플레이, 젊은 리더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자 후보층 양성
삼성, '청년SW아카데미' 운영·'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등 기술인재 육성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삼성의 5개 전자계열사 2025년 정기 인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전자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화두는 단연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있는 기술 격차)'다. 이에 따라 삼성 전자계열사 인사 또한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 없이 오로지 그 동안의 성과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3040 젊은 인력' 승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기술 인재 중시'에 중점을 둔 인사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Master) 10명 등 총 137명이 승진하며 143명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줄었다.
다만 AI(인공지능)·소프트웨어(S/W)·반도체 기술인재 중심의 세대교체를 통한 ‘인적쇄신’을 통해 내실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S/W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한 차세대 통신 S/W 플랫폼 설계분야 전문가 하지훈(39) DX(디바이스경험)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SR 통신S/W연구팀 상무가 있다. 하지훈 상무는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최연소이자 유일한 30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6일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앞두고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다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주요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리더십을 보강하고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S/W, 첨단기술 분야 인재 다수를 승진 명단에 올렸다”며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젊은 리더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부사장 6명, 상무 9명, 마스터 1명 등 총 16명이 승진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연령과 무관하게 성과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젊은 리더를 40대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자 후보층을 두텁게 했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측 설명이다.
QD(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의 공정 불량률을 줄여 수율(완성품 가운데 품질 합격품 비율) 안정화를 이끌고 OLED설비 가동률 개선과 라인 간 호환성을 확보해 생산성을 개선한 기창도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FAB2팀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삼성SDS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은 승진 대상의 구체적 연령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래’에 초점을 둔 인사라는 점을 언급해 연령에 무관한 인재등용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삼성SDS는 부사장 3명, 상무 8명, 마스터 명 총 12명에 대해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생성형 AI, 클라우드, 디지털 물류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사업 확대에 앞장서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가치 제고에 이바지 한 리더를 승진시켜 지속 성장을 주도해 나갈 미래 리더십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 3명, 상무 승진 8명, 마스터 1명을 임명했다.
삼성SDI는 “미래 지속 성장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연령과 연차에 무관하게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 차세대 리더를 과감하게 발탁했다”며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사회를 서둘러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부사장 2명, 상무 7명, 마스터 1명 등 총 10명이 승진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차별화된 1등 제품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제품의 개발과 기술 우수인재 발탁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 경쟁력 핵심이 되는 설비분야에 마스터를 처음으로 선임하고 SW분야 전문가도 발탁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는 나이를 불문한 기술통(通) 중심 인사에는 평소 이재용 회장의 ‘기술인재’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해 이를 더욱 발전시켜 기술인재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를 보여주듯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당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 생존이 달려 있다. 최고 기술은 훌륭한 인재가 만든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기술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해 왔다.
청년을 대상으로 실무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해 다양한 산업군 인재를 양성하는 '삼성 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운영하고 대학교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등 산학 연계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사내 기술 전문가 육성을 통한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제품 경쟁력 향상과 경영실적에 이바지한 최고 수준 기술 전문가를 ‘명장’으로 발탁해 예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실적 중심 인사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초격차 기술력 확보하고 평소 이 회장이 강조한 기술인재 철학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술 초격차가 곧 경쟁력인 시대가 열렸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기술 경쟁력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또한 앞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대거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기술 인재 등용은 삼성 뿐만 아니라 대다수 기업도 눈여겨 보는 대목"이라며 "과거 대규모 승진 인사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 인재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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