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 마침내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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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사법 족쇄'로 지난 4년 5개월 동안 멈춘 삼성전자 '경영시계'가 다시 돌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불법 경영 승계’ 의혹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5일 1심에서 무죄 선고된 이후 1년 만이다.
이재용 회장이 이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후 4년 5개월동안 이어진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계산하면 햇수로 10년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가 가능해지고 그동안 기대를 모아온 ' 뉴 삼성' 전략이 본궤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판결로 모든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검찰이 만약 상고해 대법원과 자칫 파기환송으로 이어지면 재판은 5년 이상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어 삼성전자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룹 지배력 강화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2020년 9월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반면 검찰은 이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판단해 그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이유로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5일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19개 공소사실 모두 범죄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목적이 오로지 이 회장 승계나 지배력 강화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했다고 판단돼 피고인에게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고 1600여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분석해 1300여쪽의 항소이유서와 함께 2144개 추가 증거를 보강해 2심을 준비했다.
1심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검찰이 제출한 3000여개 자료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무죄 판결로 연결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새롭게 제출한 자료의 증거 효력 여부가 2심의 쟁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2심 과정에서 검찰이 수집한 증거의 ‘위법성’에 대해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 등을 동원해 자신 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 이라며 1심과 동일하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날 2심 재판부 역시 이 회장 무죄에 손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가 검찰 측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1심과 2심 모두 이 회장 무죄를 인정하면서 검찰 측이 상고를 하더라도 3심은 법리적 위법성을 가리는 자리인 만큼 법원의 무죄 확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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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날 판결로 삼성이 다시 경영 정상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회장 사법 리스크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Harman)' 인수를 끝으로 그동안 대형 기업 인수합병(M&A)가 전혀 없고 신속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 약화가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HBM(고(高)대역폭 메모리)이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듯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최후진술에서 "지금 저희(삼성)가 맞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면서 "국민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펼쳐 신사업 발굴과 초격차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형 M&A와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 회장 가운데 미등기 임원 총수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심 무죄로 그해 2월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검찰 항소로 자칫 재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염려해 등기이사 재선임이 보류됐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그동안 삼성을 둘러싼 경영 문제나 위기 등이 이 회장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돼 불가피하게 여겨진 부분이 있어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 그의 경영능력이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경쟁력 위기, 대내외 불확실성, 글로벌 복합위기 등 여러 어려움이 맞물린 현실이지만 이 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