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법인, 2027년 'ROE 10%' 달성 자신감 보인 이유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SK그룹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그룹 내 또다른 에너지 기업 SK E&S와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 E&S를 흡수 합병하고 통합 법인을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 회사 자산 규모 합계는 105조원, 매출 88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에너지 공룡'이 등장한 셈이다.
SK그룹에서 지난 1999년 분리 이후 25년 만에 다시 뭉친 두 회사는 각 사업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따라 맞춤형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특히 두 회사는 합병 효과가 가시화되는 2027년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ROE가 10%이면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칠 수 있는 재무건전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 합병 법인 시너지 극대화 위해 SK E&S 사내독립기업 운영
합병 법인은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합병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를 취한다.
통합 조직도에서 SK E&S를 이노베이션 아래가 아닌 동일 선상에 두는 수평적 합병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되며 새로운 사명으로 'SK이노베이션 E&S'를 사용한다. 이는 SK E&S 조직이 가진 사업과 역량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박상규(사진)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K E&S 기존 조직이 가진 역량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합병 후 CIC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정유·석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SK E&S는 천연가스 분야에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합병한 후에도 독립경영 체제로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며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합병법인은 다른 초대형 글로벌 종합 에너지 업체와 비교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모든 에너지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에 SK E&S가 민간 최초로 통합·완성한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가치사슬)까지 더해 △석유 △가스 △전력 등 주요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은 합병법인의 안정적 수익 확보와 미래 투자를 위한 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SK E&S가 연간 1조원 이상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 '통합 시너지 추진단' 출범·계열사 CEO 교체로 인적 쇄신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합병 추진을 발표한 직후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출범해 사업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해왔다. 추진단은 4대 퀵윈(Quick-Win·즉각적 성과) 사업영역으로 △LNG 밸류체인 △트레이딩 △수소 △재생에너지를 정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우선 전력 생산·공급 안정성 강화와 비용절감을 위해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자가발전 설비를 갖추고 LNG를 직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 E&S가 개발 중인 호주 바로사 깔디타(CB) 가스전에서 추출한 컨덴세이트를 SK이노베이션이 직접 확보하고 활용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컨덴세이트는 천연가스를 채굴할 때 부산물로 생산되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다. 이 에너지를 사업화하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제품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사업 운영 효율성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회사 에너지 설루션 사업 간 협업도 기대를 모은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신설한 ‘에너지설루션사업단’과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하던 에너지 설루션 사업이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사업단은 SK그룹 관계사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는 사업과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등에 토털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역량으로 SMR(소형모듈원자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사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새 출발을 위한 인적 쇄신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4일 3개 계열사 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새롭게 선임된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등은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 받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합병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에 발맞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강력하게 운영개선(O/I)을 추진할 인사”라며 “당면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형 사장”이라고 설명헀다.
■ 합병 시너지 효과 2027년 본격화…수익성 개선·주주환원 확대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7년을 합병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정하고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재무 안정성 강화 계획과 주주 환원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통합법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2027년 이후 ROE 1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4%는 배터리 등 신규 사업 수익성 개선을 통해 △나머지 6%는 SK E&S 합병 시너지와 기존 정유 사업에서 각각 절반씩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과 2026년 2년 평균 ROE 달성 목표는 5%로 잡았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어지지만 수익성은 정상 궤도에 아직 진입하지 않아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과도기 단계로 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달 4일 발표된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은 영업손실이 4223억원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7.9%에서 올해 3분기 -2.4%로 대폭 하락했다.
업계는 SK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리밸런싱(사업 조 개편)이 SK이노베이션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1년 분사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 살리기가 본격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을 출범한 이달 1일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합병 절차를 마쳤고 내년 2월에는 SK엔텀과도 합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수익성 개선도 관건이다. 3사간 합병으로 연간 약 5000억원 이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추가 창출해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SK온이 올해 3분기에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수익성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SK온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1조4308억원, 영업이익이 240억원이다. 이에 따라 SK온이 지난 2021년 10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진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분기 실적에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합병을 앞두고 SK온 자체적으로 흑자를 달성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온 실적 발표를 앞두고 흑자 전환 가능성이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흑자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합병 효과 등이 더해지면서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 SK이노베이션 합병 시너지를 일궈내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목표도 발표했다. 내년까지 최소 배당금을 주당 2000원으로 설정하고 2027년 이후에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추진한다. 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은 높을수록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나눠준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주환원율은 과거 10년 최저 수준인 35%를 최소 목표치로 정했다”며 “1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목표치를 기반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