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40930500194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37)

긴 재활치료의 아픔을 이겨낸 눈물과 정비공(상)

글자확대 글자축소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4.09.30 18:34 ㅣ 수정 : 2024.09.30 18:34

사단선봉대대와 예비군교육훈련·정신전력 우수부대 표창을 받아 너무 많은 복을 내려주신 신(神)에게 감사
부대기가 계양되는 순간, 고생한 대대원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눈가에 이슬이 맺혀...

image
사단사령부 96연말 지휘관회의시에 선봉·예비군교육훈련·정신전력 우수부대 표창과 선봉대대기 및 부상품을 받고 복귀해서 대대원들과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맹자가 자연의 법칙을 좇아서 時流(시류) 곧 때의 흐름을 잘 알아서 그 흐름을 타며 살라고 했던 ‘盡其心者 知其性也(진기심자 지기성야)’를 실천해 준비했던 초도업무보고는 신임사단장을 감동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초도업무보고를 받은 사단장이 사령부로 복귀한 뒤에 들려오는 소문은 연말 선봉대대는 필자의 대대로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이었고, 여러 참모들과 사단 작전보좌관의 섣부른 귀뜸을 받았다.

 

1996년 12월30일에 개최된 ‘연말 주요지휘관회의’시에 선봉대대 뿐만 아니라 3~4개의 분야별 표창이 필자가 지난 11개월 동안 지휘했던 110연대 3(청원)대대로 추가될 것이라는 연락도 받았다. 

 

실제로는 선봉대대에 추가해서 2개인 예비군교육훈련·정신전력 우수부대 표창을 받았다. 대대장 취임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가 살아난 필자에게 너무 많은 복을 내려주신 신(神)에게 감사드렸다.

 

동원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이상신 장군이 사단장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말 주요지휘관회의’ 개최 전에 떠났다. 하지만 그동안의 업무 성과와 초도업무보고를 통해 신임 충용부대 사단장인 조영호 장군(학군7기)에게도 각별한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사단 선봉대대 표창은 육군본부에 보고되어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나중에 진급 또는 중요한 직책 선발시에 참고가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동기생들보다 늦게 대대장으로 취임한 필자에게는 교통사고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도 있는 계기임과 동시에 그동안 고생한 대대원들의 수고를 보답하는 소중한 의미의 표창이었다.

 

image
연말 주요지휘관회의시에 선봉대대 등 표창받은 지휘관들이 사단사령부 소연병장에서 개최된 ‘부대기 계양행사’를 위한 상단의 표창부대기 계양위치와 하단의 대기좌석 배치도 [사진=김희철]

 

■ 교통사고후 긴 재활치료의 아픔을 겪었던 필자는 부대기가 올라가는 순간 눈가에 이슬이 맺혀... 

 

연말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린 사단기밀실에서는 지난 1년동안 부대 발전을 위해 노력한 유공부대 표창 수여식이 끝나고 작전참모에 의해 업무 평가분석과 다음연도 부대운영 지침 설명을 마친 후에 조영호 사단장의 훈시도 있었다.

 

실내 기밀실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회의에 참석한 주요 지휘관 및 참모들이 사단의 소연병장에 대열을 갖추고 유공부대기 계양행사가 열렸다.

 

7월 전반기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치루는 행사이다. 교통사고후 긴 재활치료의 아픔을 겪었던 필자는 부대기가 올라가는 순간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그동안 부족한 대대장인 필자를 위해 고생한 고(故) 이완목 부대대장을 비롯한 대대원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선봉부대인 필자의 대대기는 다음해 연말까지 사단사령부에 계속 계양된다. 병법에 성을 공격할려면 성을 방어하는 것보다 3배의 전투력이 필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인물지에 나오는 많은 책사 및 전략가들은 수성(守城)이 공성(攻城)보다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다.

 

대대장 취임후 지난 11개월 동안에도 대대원들은 필자의 의도에 따라 수많은 훈련과 시범과 검열, 행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고 결국 사단선봉대대로 선발됐다. 이는 공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수성을 위해 지속해서 사단을 대표하는 필자의 대대가 모든 시범, 검열, 측정 등에 가장 앞장서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대대원들에게 이런 필자의 각오를 밝힐 수가 없었다. 그동안 동원 업무를 비롯한 교육훈련 분야와 부대관리 등에서 부대원들이 너무도 고생했던 것을 잘알기 때문이었다.

 

image
앞으로 일년동안 대대에 보관할 사단선봉대대기와 부상품를 대대현관 앞에 놓고 대대원들이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김희철]

 

■ 예비군교육훈련·정신전력 우수부대 표창을 수상한 대가의 사단시범은 ‘정비공’ 건배사의 ‘공짜도 없다’를 증명 

 

변종석 청원군수를 비롯한 기관장들도 마치 본인이 선봉부대 표창을 받은 듯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대대 예하의 14개 예비군 중대, 1개 기동대와 8개 직장예비군 중대장들과 현역 4개중대장까지 몇 번에 나누어 회식을 하다보니 연말연시는 축하파티의 연속이었다. 물론 연대장과 예하 지휘관 및 참모회식에서도 축하 분위기는 계속됐다.

 

현역 중대별로 병사들이 선봉대대 깃발 앞에서 기념촬영하겠다고 앞다투어 빼앗아 가는 것도 흐뭇했다. 실내 체육관에서는 그동안 고생한 병사들이 보람을 느끼며 회식하는 흥겨움이 계속 퍼져나왔다. 

 

한편 해가 바뀌고 신년이 들어서자 대대장 임기를 마친 능력있고 유능하며 인간성도 훌륭한 동기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애처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은 대대장을 마치고 사단 참모 및 정책부서로 보직을 옮길려고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전임자들이 진급을 못해 1년 더 근무하는 등으로 공석이 안생겨 보직없이 떠도는 모습이 안타깝게 만든다. 그런데 필자는 늦게 취임하다보니 대대장 보직이 아직도 2년이 남았고, 임기 마칠 때에 운이 좋아 사단 참모로 보직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 와중에 사단에서 연락이 왔다. 마치 ‘정비공(정답도 비밀도 공짜도 없다)’이라는 건배사처럼 선봉대대로 선발도었으니 연초에 계획된 각종 시범중에 정신교육강화와 예비군 교육훈련 향상방안 분야를 필자가 책임지고 수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예비군 교육훈련 분야는 당연하게 필자의 대대가 시범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정신교육강화 분야는 정훈참모가 전반기 상급부대 불시 검열시에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서 고집하는 바람에 두가지 시범을 동시에 보이게 됐다고 전해왔다.

 

이는 예비군교육훈련·정신전력의 2개 분야별 우수부대 표창을 수상한 대가로 ‘정비공(정답도 비밀도 공짜도 없다)’이라는 건배사의 ‘공짜도 없다’를 증명하게 되었다.(하편 계속)

 

image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