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8.29 16:34 ㅣ 수정 : 2024.08.29 16:34
산업인력공단, ‘공정채용 컨설팅’ 후 채용 진행한 56개 기업 분석 효과= 직무 적합자 지원율↑‧허수 지원자 지원율↓‧조기 퇴사율↓ 공단 관계자 “편견 요소 제외하고 우수한 인재 확보하는데 앞장설 것”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MZ세대의 퇴사율이 높은 가운데, 몇 년 전부터 ‘공정채용’이 청년층의 장기근속을 돕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채용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오래 일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이우영, 이하 공단)은 28일 ‘2023 공정채용 컨설팅’ 사업성과를 발표했다. ‘공정채용 컨설팅’은 기업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공정하게 채용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공단은 공정채용 컨설팅을 통해 청년과 기업 간 채용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줄여나가면서 청년 구직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괜찮은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공정채용 컨설팅에서 공단은 ‘기업의 채용 단계별 직무 분석’, ‘채용공고 작성’, ‘선발기준・면접질문 마련’, ‘고용브랜딩 구축’, ‘온보딩 설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브랜딩’은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자사의 가치‧문화‧업무환경 등을 강조하는 노력을 말하고, ‘온보딩’은 새로운 직원이 조직의 문화‧가치‧정책 등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일컫는다.
공단의 공정채용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석한 기업들은 채용 방식 변화로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가 늘어나고 조기 퇴사율이 낮아지며 근로자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 효과를 보였다.
공단 공정채용지원부 관계자는 29일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공정채용 컨설팅은 편견 요소나 불필요한 요소를 제외하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컨설팅을 통해 기업은 공정한 절차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정부는 공정채용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CEO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정채용 맞춤교육'이나 유관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정채용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컨설팅을 받은 151개 기업 가운데 채용을 진행한 5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컨설팅 후 채용 방식을 개선한 기업 41곳과 기존 방식으로 채용한 기업 15곳을 비교한 결과를 바탕으로 채용 방식의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긍정 효과를 발견했다.
채용 방식을 개선한 기업들의 경우 기업에 ‘딱 맞는’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기존 채용 방식을 고수했던 기업들에 비해 직무 적합자의 지원율이 9.7%p 더 높았고, 허수 지원자의 지원율은 19.1%p 더 낮게 집계됐다. 직무 적합자의 지원율은 공정채용 기업은 24.96%, 일반채용 기업은 15.29%였다. 허수 지원자 지원율은 공정채용 기업은 31.62%, 일반채용 기업은 50.69%로 나타났다.
유통기업 (주)청밀의 경우 채용공고를 개선해 구직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했다. 수행 직무, 복리후생뿐 아니라, 조직 문화, 현직자 인터뷰까지 담아 구직자들이 직무‧조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들이 지원할 확률을 높이고 있다.
청밀 관계자는 "지원자 모두에게 개별 연락해 AI 역량검사와 면접 일정을 직접 조율하고, 구체적으로 안내했다"며 "입사 지원 시점부터 평균 2주 내에 최종 합격 여부를 안내하도록 노력했고, 입사 후 온보딩 절차를 통해 실무 적응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 (주)이르테크, ‘웰컴레터’ 발송 등 지원자 친화적인 채용 전략 통해 조기 퇴사자수 25% 감소
채용 방식을 개선한 기업들은 입사 후 3개월 이내 퇴사한 비율이 일반 기업 대비 5.4%p 더 낮았다. 공정채용 기업의 조기 퇴사율은 10.75%인 반면 일반채용 기업의 조기 퇴사율은 16.16%로 높았다. 기존 방식으로 채용한 기업들보다 채용 유지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어 처리 기술 개발 기업 ㈜이르테크는 예비입사자들이 입사 전까지 다른 회사로 이탈하지 않도록 온보딩 차원의 ‘웰컴레터’를 발송했다. 출근 첫날 하게 될 활동, 같이 일할 부서의 조직 구성, 인근 맛집 정보 등 소소하지만 정성을 담은 내용만으로도 예비입사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지원자 친화적인 채용 전략으로 조기 퇴사자의 수가 약 25%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르테크 관계자는 "채용공고문에 게시된 자격조건에 학력과 개인정보 등 불필요한 정보를 제외했고, 입사 확정자를 대상으로 실제 필요한 정보를 검증했다"면서 "탈락자도 예비후보자로 인식하고, 탈락 사실을 고지했으며 채용과정 중 개선점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 공정채용 후 기업 만족도 0.45점 상승…고용브랜딩 통해 지원자수 2개 증가
채용방식 개선 후 채용 결과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5점 만점)는 3.87점에서 4.32점으로 0.45점 상승했고, 채용 담당자가 생각하는 채용 절차의 적절성은 기존보다 0.38점 상승한 4.20점을 보였다.
A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공고문에 직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조직문화, 복지 등 입사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고용브랜딩을 통해 전략적으로 제시하니 지원자 수가 두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B기업 채용담당자는 "공정채용의 도입 전에는 지원자가 회사를 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중소기업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원자들에게 회사를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