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09 08:28 ㅣ 수정 : 2024.08.09 08:28
4대 지방은행, 영업이익 중 이자 비중 94% 전북은행 99% 달해...경남은행이 가장 양호 비이자 확대 필요성 크지만 실적 좋지 않아 수도권 영업 기반 약해 수수료 키우기 난항 이자 이익 근간 대출 자산은 건전성 악화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의 영업이익에서 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非)이자 부문에서의 이익 창출 능력 약화로 ‘이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자 장사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익 구조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업황이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합계 영업이익 2조1554억원 중 이자이익은 2조260억원으로 전체의 94.0%를 차지했다.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구 DGB대구은행) 실적을 포함하면 이자이익 비중은 94.1%로 올라간다. 이 기간 영업 활동을 통해 1000원의 이익을 남겼다면 약 940원이 이자로부터 나왔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전북은행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3165억원 중 이자이익(314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9.3%에 달했다. 부산은행 역시 같은기간 영업이익 7848억원 중 7667억원(97.7%)을 이자이익으로 채웠다. 광주은행도 올 상반기 474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는데 이자이익(4302억원) 비중이 90.7%를 기록했다.
경남은행은 올 상반기 5799억원의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5148억원·88.8%) 비중이 유일하게 80%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242억원인데 이자이익(7785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4.4%를 나타냈다.
은행 사업 특성상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방은행의 경우 수치 자체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익 구조가 이자 부문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건 비이자 부문의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 비이자이익은 각종 수수료이익과 신탁관련이익, 유가증권관련이익 등이 해당된다.
부산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181억원으로 전년동기(257억원) 대비 29.6%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중 수수료 부문은 같은 기간 349억원에서 223억원으로 36.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은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을 22억원 시현했다. 지난해 상반기(5억원 손실)보다 27억원 늘긴 했지만 이자이익 대비 규모는 미미하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4개 지방은행 중 그나마 낮은 이자이익 비중을 보일 수 있었던 건 비이자이익 증대 효과다. 경남은행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651억원으로 전년동기(114억원) 대비 471.0% 증가했고, 광주은행 역시 비이자이익을 지난해 상반기 111억원에서 올 상반기 440억원으로 29.3% 늘렸다.
이자 부문 중심의 이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건 은행권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과제다. 특히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경우 대출 자산 증대 없이는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비이자이익 성장으로 실적 둔화를 방어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이상적인 비중을 70:30 정도로 제시한다.
다만 지방은행 업계는 비이자 부문 신규 수익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탁과 펀드 등 자산관리(WM)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영업 구역이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고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면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지방은행의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시중은행들과 거래 중인 상황이라 뺏어오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비이자 이익을 위해) 여타 신사업을 펼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은행 영업이익을 지탱하고 있는 이자이익의 기반인 대출 자산에서는 부실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의 올 2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899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6640억원) 대비 35.4% 증가했다. NPL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