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독주, 시중·지방은행 부진...생산·효율성 격차 계속 벌어진다
은행권 생산성 지표 유형별 격차 점차 커져
인뱅 직원 1.6억 벌 때 지방銀 7000만원대
비대면 금융 활성화에 고정비서 효율성 희비
효율·생산성 제고 위해 영업이익 방어 급선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과 금리 인하 등 영업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 작업으로 분주하다. 특히 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제고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되는데 은행 유형별로 관련 지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30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현황 자료를 종합하면 KDB산업은행을 제외한 국내 18개 은행의 올 1분기 기준 직원 1인당 충당금립전이익(충전이익) 평균은 8400만원으로 전년동기(8433만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충전이익은 이자와 비(非)이자 부문을 합한 영업이익에서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빼 산출한 값이다. 이 충전이익을 직원 수로 나누면 해당 기간 은행원 1명이 얼마를 벌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은행 생산성과 효율성을 측정할 때 활용된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직원 1인당 충전이익 평균값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은행 유형별로 보면 성장과 둔화 신호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독주 체제가 굳건해졌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올 1분기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은 평균 1억646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억3533만원)와 비교해 21.7% 증가한 규모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이 기간 충전이익을 1억2000만원에서 2억49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직원 1인당 충전이익 평균이 지난해 1분기 9320만원에서 올 1분기 6640만원으로 25.7% 감소했다. 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4개사의 경우 올 1분기 평균 직원1인당 충전이익은 7755만원으로 전년동기(6640만원)보다 16.8% 늘었다.
최근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구 DGB대구은행)는 올 1분기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이 전년동기(7300만원) 대비 12.35 늘어난 8200만원으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지난해 1분기 6500만원에서 올 1분기 4700만원으로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이 줄었다.
최근에는 은행 체급이 작을수록 생산성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지방은행 대비 2배 이상 많은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이익을 내는 저비용-고수익 구조에 기인한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 임직원 수는 총 2647명으로 부산은행 1개사(3044명)보다도 적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금융 활성화가 은행 생산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시중·지방은행은 여전히 많은 대면 점포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가 발생하지만, 100% 비대면 체제로 영업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금융 거래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큰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고객에 금리 혜택으로 드리면서 가입자 수와 영업 실적이 계속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형 은행들에게도 경영 효율성 제고는 당면 과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비대한 조직을 줄여 생산성 방어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 및 점포 축소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규모와 속도가 제한적이라 단기간 내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이익 증대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금리가 워낙 높아 영업이익도 잘 나왔기 때문에 시중은행 생산성이 양호하게 나타났다”며 “영업 인프라를 갑자기 크게 줄이는 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평년 수준의 이익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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