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점포 폐쇄’ 재현 조짐...“새로운 서비스 노력해야”
5대 은행 점포 작년 말 소폭 늘어났는데
올 연초부터 잇따라 통폐합 움직임 감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 엄포로 잠시 주춤했던 은행권의 점포 폐쇄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각종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한 의도다. 다만 금융소외층 불편 해소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3월 4일 서울·성남·부산 등에 있는 영업점 11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2일 서울·인천·경기에 위치한 영업점 4곳을 인근 지점에 통폐합했다.
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점포 수를 빠르게 줄여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연말 기준 △2020년 4435개 △2021년 4188개 △2022년 3989개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3월 말 3989개에서 6월 말 3926개로 감소한 뒤 9월 말에는 3931개로 소폭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5월 은행 점포 폐쇄 시 고객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자와 사유, 대체 수단을 제공하게 하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시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의 이 같은 직·간접적 압박이 은행권 점포 폐쇄의 추세적 흐름을 끊어내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고객들의 금융 활동이 직접 점포를 찾는 대면 방식에서 모바일·인터넷 등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 중 하나은행의 예·적금 가입 중 68%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졌다. 또 우리은행이 지난해 1~3분기 취급한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은 74.8%에 달한다. 이는 전년(68.5%) 대비 6.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은행권은 갈수록 내점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흐름에 점포 수를 유지하는 건 부담이라고 설명한다. 은행의 점포 운용에는 임대료와 인건비, 운영비 등 각종 고정비가 들어가는 만큼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비용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요즘은 어느 은행이나 모바일뱅킹으로 상품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면서 비대면을 유도하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나 사업 계획이 디지털 쪽으로 모이고 있는데, 이걸 반영하지 않고 점포 수만 유지하는 건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층의 불편과 은행권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은행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점포를 없애가는 건 불가피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조절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내재화 방안 효과의 지속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점포 폐쇄는 각 은행의 경영 전략인 만큼 강제성은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점포 폐쇄 흐름을 억누르는 것보다 특화점포 신설이나 금융 교육 활성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업시간을 늘린 ‘9 to 6’나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라운지’, 한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점포’ 등의 실험이 더 활발해지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 전망을 봤을 때 점포를 어떻게 운영해야 되는지는 큰 고민거리”라며 “정량적 논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점포 폐쇄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맞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은행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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