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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신동빈 호(號), 신(新)사업 퀀텀점프(下)

370조 배터리 소재·수소 시장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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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6.04 05:00 ㅣ 수정 : 2024.06.04 05:00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국내 동박업계 최강자로 등장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건설 완료되면 해외 생산기지 본격화
수소 유통·생산·발전까지 담당하는 완전한 밸류체인 갖춰

롯데케미칼이 기업 총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기초소재(석유화학) 사업 회복으로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인 석유화학 기업에서 체질 변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최근 산업계 화두로 등장한 리사이클(재활용) 플라스틱, 수소, 배터리 소재 등 신(新)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재편을 일궈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은 기존 기초소재 사업과 연관성이 큰 리사이클 플라스틱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배터리 소재 사업은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궁극적인 친환경 연료 수소를 활용한 사업에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석유화학 기업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대혁신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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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동빈 롯대그룹 회장,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오는 2027년 370조원 규모로 커지는 배터리 소재와 수소 에너지 시장을 잡아라'

 

롯데케미칼이 자동차 시장 주역으로 등장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 사업과 친환경 시대를 활짝 여는 수소 에너지 사업에 주력해 친환경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시장 판도를 바꾸는 것)로 자리매김한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동박 사업 육성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이와 같은 결정에는 동박에 대한 신동빈(69) 롯데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이 담겨 있다. 

 

배터리 소재 가운데 하나인 동박을 얇은 구리판을 뜻한다. 동박은 배터리를 제작할 때 필요한 4대 소재 가운데 하나인 음극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는 일반적으로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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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지난 4월 말레이시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 공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4월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을 갖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롯데케미칼의 신(新)사업은 지난 2022년 3월 국내 주요 투자기관 다수를 상대로 진행한 ‘2030 미래성장 위한 수소 에너지 사업 및 배터리 소재사업 본격 추진’ IR 행사를 진행하며 본격화됐다.

 

당시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해 산업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이에 더해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 수소 시장을 선점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경영진 입장 발표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책임질 ‘전지소재사업단’과 수소 사업에 특화된 ‘수소에너지사업단’을 신설한 후 2022년 10월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동박 양산 역량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이 신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직원들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향후 성장전망이 밝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 규모는 2021년 3조 5000억원에서 2025년 1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 and Market)는 수소 에너지 시장이 2022년 1600억달러(약 218조원)에서 2027년 2635억달러(약 360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점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규모로만 따지면 수소 에너지가 동박보다 더 큰 시장"이라며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이 생각보다 느려 수소 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않아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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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영업이익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투데이]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국내 동박업계 가운데 유일한 흑자 기록...하반기도 실적 성장 기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 매출 2417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해 국내 동박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에 비해 SK그룹의 동박기업 SK넥실리스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99억원을 기록했으며 솔루스첨단소재는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1분기 영업이익 61억원 △2분기 영업이익 15억원 △3분기 영업이익 30억원 △4분기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흑자를 이어온 반면 SK넥실리스는 △1분기 영업이익 3억원 △2분기 영업이익 4억원 △3분기 영업손실 130억원 △4분기 영업이익 332억원 등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90억원 △2분기 영업손실 238억원 △3분기 영업손실 204억원 △4분기 영업손실 100억원 등 1년 내내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1분기 실적발표에서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분기 사상 최대 동박 판매량을 달성했다”며 “이에 따라 분기 매출도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배터리기업 SK온에 동박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동박을 판매 중”이라며 “미국 등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영향력이 꾸준히 늘고 있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공급 물량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명의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차세대 배터리 46파이(지름46mm) 원통형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동박을 공급하기로 승인 받았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관련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 가운데 올 하반기 46파이 배터리 양산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LG에너지솔루션의 추가 동박 거래 물량이 있을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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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전경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해외 생산기지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동박 5·6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이에 따른 매출 증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병화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중국 배터리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25%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여 말레이시아 공장 확장을 기반으로 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올해 △1분기 매출 2417억원, 영업이익 43억원에 이어 △2분기 매출 2684억원, 영업이익 43억원 △3분기 매출 2821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4분기 매출 3204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2월 26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1800억원을 집행해 스페인 공장 건설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 동박 2만t, 말레이시아에 동박 4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5, 6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2만t이 추가돼 총 8만t의 생산역량을 갖추게 된다. 

 

또한 2025년에는 연산 3만t 규모 스페인 동박 공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즈는 "향후에도 동박 공장을 추가 건설해 오는 2028년까지 총 28만t 규모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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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외에 전해질, 양극재 등의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한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외에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 공장 건설을 전라북도 익산에서 진행 중이며 공장이 완공되면 2026년까지 연산 1200t 생산 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외에 양극재 파일럿(시범생산) 라인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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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롯데케미칼]

 

■ 2030년까지 수소 밸류체인 구축 및 사업 확대 목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총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연 매출 3조원 규모 수소사업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국내를 비롯한 해외 청정 수소 생산과 유통, 활용에 이르는 인프라를 구축한 후 관련 기업과 파트너십 구축해 한국 수소 산업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수소 사업이 현재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어 롯데케미칼은 협력사 확보와 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보여주듯 롯데케미칼은 2022년 3월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후 같은 해 11월 글로벌 가스 전문업체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 공급망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의 하나로 합작사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를 설립했다.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는 첫 사업으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부지에 롯데케미칼 부생수소를 활용한 대규모 고압 수소출하센터를 건설하고 올해 하반기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다. 이 수소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출하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연 5500t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승용차 기준 4200대 또는 상용버스 600대 연료를 하루에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는 대산 고압 수소출하센터를 통해 수도권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을 선점하고 추후 경남 울산에도 수소출하센터를 추가 건설해 영남권 수소 출하도 장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은 같은 해 10월 SK가스 및 에어리퀴드코리아와 ‘부생수소 기반 발전사업과 수송용 수소 사업’을 위한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를 설립했다.

 

롯데SK에너루트는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내 3700평 부지에 3000여억원을 투입해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2025년 상반기 발전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수소 생산·유통 및 수소 발전 체계를 모두 갖추게 됐다.

 

롯데SK에너루트는 20MW급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 설치하고 2025년부터 20년 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완공되면 울산시민 약 4만가구(4인 기준)에 연간 약 16만MWh의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울산시 세수 증가와 지역 내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 등을 유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국내는 물론 일본 수소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열린 한일재계회의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수소 사업 협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수소 생산 시설 공동투자, 인프라 활용 협력, 해외 시장 공동 개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은 2022년 7월 일본 이토추 상사와 ‘수소·암모니아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계획대로 롯데케미칼 수소사업은 국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는 물론 일본기업 등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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