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중동 전쟁 위기에 정유업계·석화업계 희비 엇갈려
브렌트유·두바이유 배럴당 90달러 넘어...WTI도 90달러 눈앞
정유업계, 고유가 기조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으로 '미소'
석화업계,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 치솟아 원가 부담 커져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빚어 중동지역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석화)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로 휘파람을 불고 있지만 석화 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시름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 국제유가, 중동지역 분쟁으로 배럴당 90달러 '눈앞'
국제유가는 중동지역 분쟁으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달 16일(현지시간) 배럴당 85.36달러를 기록해 90달러를 향해 치달리고 있다.
또다른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16일 배럴당 90.02달러로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내 주력 수입품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0.26달러로 91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군사적인 충돌을 하지 않아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그러나 국제유가가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가운데 중동 정세 악화가 겹쳐 당분간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 정유업계 vs. 석화업계 고유가에 '희비쌍곡선'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업계와 석화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급등에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정제마진'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숫자다. 정제마진 가격이 높다는 것은 원가를 뺀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 정제마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정제마진은 정유업계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라며 "국제 유가가 올해 1분기에 크게 올라 정제마진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제마진은 흔히 배럴당 4∼5달러가 이익의 마지노선"이라며 "지난해 4월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2달러대까지 내려간 정제마진은 올해 2월 15달러대까지 올랐으며 중동 정세 불안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가 약세와 정제마진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정유업계는 올해 실적 개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유업계 가운데 정유사업 비중이 가장 큰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64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에쓰오일외에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도 올해 1분기 일제히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석화업계는 울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 '나프타' 가격도 치솟아 석화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들어 중국발(發) 석화제품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그리고 유가 상승까지 겹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동 위기가 이어지면 유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여 경영 손실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화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 기업이 최근 수년간 석유화학 설비를 크게 늘리며 제품 가격을 내리는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유가 급등마져 계속되면 석화 업황 침체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정부, '종합상황실' 가동해 유가 급등에 대비
정부도 국제 유가 급등에 발맞춰 비상대기 체제를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시작된 4월 14일 직후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기로 했다.
종합상황실은 국가비상사태 또는 긴급중요사태 등 치안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을 신속하게 정확하게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해 위기 확산을 막는 기능을 한다.
특히 석유·가스는 중동 지역과 관련한 핵심 원자재인 만큼 산업부는 종합상황실을 통해 업계 및 관계기관과 손잡고 국제유가 및 에너지 수급 관련 일일 분석·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중동 지역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돼 정부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앞으로 업계는 물론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이란-이스라엘 충돌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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