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빨리 갚아도 ‘수수료’ 물리는 은행···합리성 도마에
국회 정무위 국감서 중도상환수수료 합리성 지적
은행들 대출 조기 상환시 0.6~1.4% 수수료 부과
금리 부담에 대환 수요 늘지만 높은 수수료 부담
인뱅 업계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대세
시중은행 “운용계획 세워야..고객과 신뢰도 문제”
산정 방식·적용 범위 개선될까..인뱅 행보도 주목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계약된 만기 시점보다 일찍 대출을 갚을 경우 은행에 내야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가 고객에 유리하게 개선될지 주목된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이 지적됐고, 금융당국도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 도입으로 시중은행을 향한 ‘수수료 장사’ 비판도 커지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고객과의 신뢰와 운용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도상환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산정되고 있는지 금융당국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후 약정 기간 전 원금을 상환할 경우 부과하는 것으로 일종의 계약 위반 수수료다. 통상 시중은행은 잔여 대출 원금의 0.6~1.4%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물린다.
일례로 3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3억원을 빌리고 1년 이후 상환할 때 1.4%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적용하면 280만원이 나온다. 같은 조건에서 대출 원금을 5억원으로 적용하면 중도상환수수료는 약 466만원으로 커진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걷어들인 중도상환수수료는 약 7171억원 규모다.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은 같은 기간 약 940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인뱅들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이 기성 은행들의 ‘수수료 장사’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을 올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주담대 상품이 없는 토스뱅크는 신용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기 않는다. 케이뱅크의 경우 신용대출 중도상환 시 수수료를 면제하지만, 비대면 주담대에 대해서는 0.7~1.4%를 적용 중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대환(갈아타기)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칫 한 달 원리금(원금+이자)보다 많은 돈을 수수료로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계약서상 명기된 시점보다 일찍 대출을 갚을 경우 중장기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중도상환수수료 적용이 불가피하고 설명한다. 대출은 은행과 차주의 신뢰·약속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어길 때 패널티를 부과하는 건 시장 논리상 정당하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은 심사와 실행 과정에 비용이 들어가고, 유지 기간에도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운용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라며 “중도상환수수료라는 안전장치를 풀어 하루에 수십, 수백억원씩 대출이 이동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은행과 고객간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비용(금리)을 높여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보통 계약 기간 이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이 구간에 들어선 고객 비중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올해는 취약차주 대상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적용하며 상생금융 실천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중도상환수수료 제도는 조금씩 개선돼 왔는데, 이번 금융당국의 현황 파악 이후 산정 방식 변경이나 적용 범위 확대 등이 이뤄질지 관심사다.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은행권의 고통 분담 요구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뱅들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여부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과 인뱅은 영업 구조상 고정비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고객 입장에서 봤을 때 같은 1금융권 내에서 수수료 정책이 계속 다르게 적용될 경우 상대적 배신감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카카오뱅크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이벤트성인지 계속되는 것인지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6개월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연장을 해왔는데, 아직 내년 이후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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