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지지대’ 비은행 키우기 쉽지 않네···금융그룹 M&A 난항
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절차 중단 결정
우리금융 증권·보험사 인수 작업 관망세
체급·가격 등 눈높이 충족 매물 못 찾아
금융그룹들 비은행 강화 공통 전략으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인수합병(M&A)에 난항을 겪고 있다. 비(非)은행 계열사 인수로 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제고 및 전체 실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이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8일 “매각 주관사로부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했으며 실사 결과 KDB생명 인수 검토를 중단하고,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입찰 공고를 낸 뒤 KDB생명 매각에 나섰는데, 하나금융이 단독 입찰해 지난 7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나금융은 이후 2달가량 실사를 벌였는데 “그룹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가 최종 불발됐다.
하나금융은 이미 생명보험사인 하나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업계 22곳 중 17위에 머무른다. 이에 다른 생보사를 인수한 뒤 하나생명과 합병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시장에선 하나생명과 KDB생명이 합쳐질 경우 업계 10위까지는 올라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 바 있다.
4대 금융그룹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가장 부족한 우리금융도 M&A를 공식화하고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보유하지 않은 증권사·보험사에 더해 저축은행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까진 유의미한 M&A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이 ‘최우선’으로 삼는 증권사에 대해선 리테일(소매금융) 중심의 몇몇 회사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긴 했지만 우리금융은 매번 관련 내용에 대해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이 원하던 체급이나 가격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금융그룹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M&A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업황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거나, 인수 후에도 대규모 자금이 수혈돼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비은행 강화는 4대 금융그룹의 공통 경영 전략으로 꼽힌다. 증권과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를 키워 전체 실적 성장 지지대로 활용하겠단 구상이다. 특히 은행 계열사에 기울어진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비은행 M&A를 공식화하고 움직이고 있는 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2조20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하나은행에서만 1조8390억원이 나왔다. 우리금융 역시 전체 1조5386억원의 순이익 중 우리은행이 1조4720억원을 책임졌다.
금리 상승기 은행 의존도가 높으면 호실적을 시현할 수 있지만, 향후 금융시장 여건이 변했을 땐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계열사 실적 성장세가 꺾였을 때 비은행 계열사가 받쳐주지 못하면 그룹 전체 실적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향후 금융그룹들의 실적 경쟁도 비은행 계열사 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 짜임새 있고 탄탄한 비은행 라인업을 가진 금융그룹이 격차를 벌려나갈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는 필요하지만 조 단위 인수금이 들어가는 일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며 “누가 봐도 매력적인 매물은 경쟁이 붙어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정 대상이나 시점을 찾는 것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