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비은행 강화 화두…증권‧보험 M&A 광풍 예고
주요 금융지주, 신년 비은행 M&A 강화 전략 강조
업황악화 매물 확대, 수협 등 외곽 수요 경쟁도 치열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새해를 맞이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면서 올해 인수·합병(M&A)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 금융지주사가 금리 인상 수혜로 최대 실적을 거두며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가운데 글로벌 긴축과 자금 경색 등 악재로 업황이 악화된 증권사나 보험사 등 매물이 다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뤄뒀던 M&A 작업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최우선 전략은 ‘Biz 핵심역량 Value-up’과 ‘차별적 미래성장 추진‘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증권‧보험‧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손 회장이 비은행 금융사업 확장을 위한 M&A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국내 1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보유했던 금융그룹이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자회사들을 매각해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보다 사업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민영화와 지주사 재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 강화전략을 펼치며 카드, 자산운용 등 다수 비은행 부문 회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과거 비은행 부문 핵심 사업이었던 증권과 보험은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부문이 비어 있다.
지난해에도 증권과 보험사 인수를 꾸준히 검토해왔지만 시장 여건상 실질적인 착수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올해 증권사 인수가 우선이 될 예정이다. 아직 인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견급 이상 증권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를 위한 자금도 충분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말 금융감독원의 ‘내부등급법 도입’ 최종 승인에 따라 20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하나금융도 올해 보험과 카드 등에 대한 적극적인 M&A를 예고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신년사에서 “그룹 내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될까”라며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투자 유망지역이 아닌, 지역별, 업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M&A와 디지털 금융을 통한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겠다는게 함 회장의 올해 전략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또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올해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M&A 가능성을 열어놨다.
신한금융은 올해 핵심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자본시장‧글로벌 국내 Top 레벨 기반 구축’을 제시하며 투자은행(IB)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운용역량 강화, 글로벌 부분의 채널별 성장과 M&A 정상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지난해 카디프손보 인수에 나섰던 신한금융은 올해도 자본시장과 보험부문에 M&A나 지분투자 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며 통합법인 KB라이프를 공식출범 시킨 KB금융은 아직 M&A에 대한 공식적인 전략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기업가치에 도움이 된다면 재무 상황 등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 여파와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 전반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시장에 M&A 매물도 상당수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보험업계의 경우 MG손해보험, KDB생명 등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곳은 물론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 중심으로 잠재 매물도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 최악의 업황으로 유동성 부족과 수익 부진을 겪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중소형 회사를 중심으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 외에도 주요 지방금융지주사는 물론 기타 금융사들의 M&A 시장 진입도 예고되면서 인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난해 공적자금 상환에 성공하면서 지주사 설립 추진하는 수협은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수협중앙회는 올해 3분기 중 금융지주 설립을 요건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적자금 조기상환으로 투자 길이 열린 만큼 M&A로 성장 속도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협중앙회가 지분을 쥐고 있는 금융회사는 수협은행이 유일해 지주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한 한 곳 이상의 비은행 계열사 인수가 필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증권사, 캐피탈사 등에 대한 인수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청산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OK금융그룹도 대부업 청산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비은행 부문 M&A 시장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대형 금융지주사만큼 자본 경쟁력이 있지 않아 M&A 시장을 주도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요자로 나선다면 충분히 M&A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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