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인수' 눈독 들이는 금융지주···은행 의존도 얼마길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비(非)은행 부문 경쟁에 본격 돌입한다. 계열사 라인업이 부족한 금융지주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비교적 탄탄한 체제를 구축한 금융지주도 사업 다각화로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금융지주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전체 이익 중 최대 90%가 넘는 은행 계열사 의존도 분산으로 경기 변동성에 대응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금리에 따라 증감하는 은행의 이자 수익만 보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 보험사 인수 나선 하나금융, 준비하는 우리금융···KB·신한금융도 M&A 활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조성한 KDB칸서스밸류PEF 보유 지분 92.73%다.
하나금융은 이미 그룹 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만, 업계 내 경쟁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체급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도 M&A를 준비 중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어 그룹 전체 이익을 늘려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KDB생명 인수전에 우리금융이 참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 바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M&A 우선순위로 증권사를 언급해왔다. 올해 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예상 후보들이 거론돼 왔는데, 실제 인수전이 열리진 않았다. 우리금융은 적절한 몸값과 시점만 정해지면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019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통합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했고, 현재 대형 생명보험사로 성장했다. 다만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의 규모가 작고 온라인 영업에만 특화된 탓에 보험사 추가 인수 전망도 나온다.
KB금융지주의 경우 2015년과 2020년 각각 LIG생명(현 KB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품은 바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비교적 탄탄한 비은행 계열사를 갖췄다는 평가다. 추가 M&A보다는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그룹 순이익 최대 94% 은행 계열사가 책임져···경기 변동 대응 ‘분산’ 시도
이 같이 대형 금융지주들이 계속 비은행 계열사에 눈독 들이는 건 체질 개선 목적이 크다. 사실상 그룹 맏형 역할을 하는 은행 계열사의 이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졌는데, 이를 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재한 우리금융의 경우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9113억원인데, 우리은행에서 거둔 순이익이 8595억원으로 94.3%를 차지했다. 같은 기준 하나금융(1조1022억원)도 하나은행(9707억원)이 88%를 책임졌다.
신한금융은 1조3880억원의 순이익 중 9315억원(67.1%)을 신한은행이 담당했다. KB금융은 1조4976억원 중 KB국민은행에서 9315억원(62.2%)을 거뒀다. 신한·KB금융의 은행 계열사 의존도가 하나·우리금융보다 낮아도 전체 순이익 규모가 큰 건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이 힘을 써줬다는 의미다.
한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비중이 어느 정도로 맞춰져야 한다고 정하기는 어렵다. 경기에 따라 은행이 잘 할 수 있고, 때로는 비은행이 잘 할 수 있다”며 “그래도 금융당국에서는 이자 장사를 지양하라며 비은행 비율을 높이라고 하는데, 시장 내 1등인 KB(은행 비중 62.2%)보다도 낮은 수준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은행과 비은행의 실적 그래프가 평평하게 유지돼야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금융지주에 확산하고 있다. 최근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계열사 간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점도 탄탄한 사업·이익 기반 필요성을 더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 계열사에 기울어진 사업 구조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며 은행의 이자 이익이 늘었고, 이를 통해 금융지주가 실적 파티를 벌인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는 금융지주들의 경쟁 무대가 비은행 부문으로 무게추를 옮길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은행 의존도를 낮춘다는 게 은행 계열사의 이익을 줄인다는 개념보다는 비은행 계열사 파이를 키워 두 축의 기둥으로 전체 실적을 제고하려는 것”이라며 “비은행 계열사가 커지려면 일단 영업망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M&A가 가장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