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휴가 끝나자마자 윤 대통령과 대립각 세운 김동연 지사, 생산적 정치논쟁 이끌어
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 사흘전에 '긴축 재정' 비판해놓고, 휴가 마지막 날인 1일 쇄기 박아
경기침체기에 긴축 재정과 팽창 재정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국민의 이익'과 직결된 쟁점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끝마치고 4일 업무에 복귀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휴가 마지막 날에 페이스북에 한 장에 사진을 올리고는 "'민생 재정·적극 재정·확장 재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긴축 재정'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내년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긴축 재정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며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 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의 재정만능주의 비판 발언이 있은 후 사흘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강력한 반박논리를 제기한 셈이다. 이 같은 김 지사의 행보는 다분히 준비된 정치행위로 풀이된다. 휴가를 사흘 앞둔 금요일이었던 25일 오전에 이례적으로 금요일 오전에 이미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1432억원 증액한 '확장 추경'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은 1조9000억원 정도 세수 감소가 전망된다. 예전 같으면 대폭적인 감액 추경으로 지출을 줄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추경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확장 추경'"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경기도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출의 3분의 1이 반도체며 반도체의 6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반도체 불황과 대중국 수출감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감소는 당연한 일"이라며 "6월부터는 경기도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 말할 게 없다.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앙정부는 내년 예산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상공인등과 같은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긴축 재정을 펴는 것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관례적으로 다니던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어려워지는 경제를 생각하며 발상을 뒤엎는 힘든 길을 택했다"며 "도민과 함께 하루속히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기도 경제의 기초체력과 회복 탄력성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기 사흘전에 이미 '긴축 재정론'에 대한 반박논리를 던져놓고 휴가 마지막 날인 1일에 쇄기를 박은 셈이다.
총선을 7개월 앞둔 상황에서 김 지사가 재정방향을 두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다. 경기침체와 불경기가 깊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긴축 재정과 팽창 재정 중 어느쪽을 선택할지를 두고 벌이는 정치논쟁은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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