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 (9)]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부'…지원 서비스 다각화 필요

강륜주 기자 입력 : 2023.08.03 17:06 ㅣ 수정 : 2023.08.07 00:42

'비정상가족' 부정적 인식이 박힌 '미혼모·부 가정'
임신부터 양육·일자리 및 경제적 상황·주거 등에서 발생하는 미혼모 고민
비혼 출산 긍정적 인식 확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정책 개선 나와야
"정부, 제도 접근성 제고와 통합 지원 확대 등 과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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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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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미혼모·부에게는 우리 사회·문화 측면에서 부정적 인식이 따라온다. 미혼모·부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엄마나 아빠 없이 자라 불안정할 수 있다는 '비정상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출산 대책 또한 대부분 혼인 가정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는 민법의 가족 개념이 그대로 적용돼 건강가정기본법 등 각종 법과 제도에서 결혼 또는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규정하고 있다.

 

혼인 가정에 대한 집중 지원정책으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부는 갈 곳을 잃었다. 이에 1인 양육자가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은 미혼모가족에게 생활 전반에 걸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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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 미혼모, 임신부터 양육까지 사회·경제적 약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혼모·부는 2015년 이후 지속적 감소 추세이지만 미혼모 인구(2만132명)가 미혼부 인구(5889명) 대비 약 3.4배 많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혼모들이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서 부담을 느낌과 동시에 극심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모는 △임신·출산·양육 △일자리 및 경제적 상황 △주거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미혼모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양육과 낙태, 입양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여러 유혹과 결정 자체에 따른 두려움을 경험한다. 또 미혼모의 '혼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부모 역할에 대해 불안감이나 양육 효능감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는 미혼모가족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모를 대상으로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혼모 월평균 소득은 92만3000원으로 근로소득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1.6%이며, 소득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전체의 10%에 이르렀다.

 

경제적 상황은 미혼모가족의 자립과 관련돼 있어 아이 양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은 미혼모 연령이 낮아지고 그 수가 증가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로 꼽히기도 했다.

 

주거문제 또한 미혼모의 자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혼모자시설에서 거주하는 미혼모의 경우 시설 입소기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많다. 또한 미혼모자시설에 입소하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미혼모의 경우 가족, 친족 등과의 갈등, 장소 협소로 인한 아이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정책 사각지대 ‘한부모 가정’, 통합 지원 확대 해야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국가에서도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한부모가족 정책지원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제1차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에서 △한부모가족 생활 안정 지원 △비양육부모 자녀양육 책무성 강화 △한부모 자립 역량 강화 △한부모가족 지원 기반 구축 등의 지원제도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면서 5개년 기본계획 수립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정부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월 20만원) 지원 시점을 현행 18세 미만 자녀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확대한다. 현행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인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소득 기준 상향도 추진한다.

 

또한 한부모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며 연장기준도 완화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비양육부모의 자녀양육 책무성 강화를 위해 '양육비이행법' 개정을 추진해 자발적 양육비 이행을 촉진과 고의적 양육비 채무 이행을 강화한다.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등 다양한 제재조치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또 한부모 직업 훈련 및 취업 지원, 한부모 학업 지원, 한부모가족 일·가정 양립 등 한부모의 자립을 위한 역량 강화에도 힘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가족이 다양한 정책 수요에 응할 수 있는 지원 서비스 다변화의 요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접근성 제고 등의 과제를 해결해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내실 있게 추진해 한부모가족의 안정적인 자녀 양육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한부모의 경제활동 참여를 활성화해 한부모가족과 동행하는 따뜻한 사회, 든든한 국가를 만들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리적 지원 뿐 아니라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려는 여성이 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걸맞는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은 지난 2012년 22.4%에서 2022년 34.7%까지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39%, 30대는 39.9%로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연예인 사유리는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진단을 받고 '비혼 출산'을 결심해 실천에 옮겼다. 사유리는 한국에서는 기혼자만 인공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 과정을 거쳐 출산했다.

 

현재 한국에는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으로 출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나 제도는 없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라 보조생식술을 실제 수행하는 의료계에서는 이 행위를 비윤리적으로 여기며 금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지침이 비혼 여성의 출산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학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럽 등 일부 선진국과 같이 비혼출산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고 동일한 복지혜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차별없는 지원이 사회적 인식 개선은 물론 출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혼출산 등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발맞춘 저출산 정책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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