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만에 정무위 통과…남은 과제는
보험업법 개정안 법사위‧본회의 통과만 남아
보험업계-의료계, 중계기관 지정 두고 이견
의약단체 "전송 보이콧‧위헌소송 불사할 것"
"중계기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과제 남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14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보험 가입자들이 기다려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실현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큰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이달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의 서류전송을 전산화해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이 편리해진다. 병원에서 바로 가입자의 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어 가입자가 필요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의돼 왔으나 매번 정무위 단계에서 계류되다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발이었다.
보험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실손보험 청구 중계기관으로 지정해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심평원은 이미 동네 의원이나 약국까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중계기관으로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재산권 침해, 개인정보유출 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집합되면 정부가 비급여 관련 비용을 통제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발의된 법안은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정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들은 정무위가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날 단체 성명을 내고 "국민 편의보다 민간보험사 이익이 우선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라며 "법안을 폐기하고 자율적 전송방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4개 단체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보 전송의 주체인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직접 보험회사로 전송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전송 방법을 외면하고 오직 보험회사의 편의성만 보장하고 있다"면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하면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간 금융위원회와 의료계, 보험협회가 참여하고 있는 정부 산하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실손보험 데이터 전송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었으나 논의된 내용과 입법 과정이 무시된 채 급박하고 무리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녹취록을 살펴보면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정보 전송의 주체가 돼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으로 마련해 추후 심사하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와 관련한 대안이 어떠한 형태로도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4단체는 △정보 전송 주체인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법안 명문화 △중계기관 선정 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개발원 제외 △보험금 청구 방식·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 선결 과제 우선 논의 등을 요구했다.
의약계가 보이콧과 위헌소송 등을 예고하며 강력 반발에 나선 만큼 아직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나,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엄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계뿐 아니라 보험가입자들도 끊임없이 요구해오던 사안"이라며 "보험업 소관위인 정무위를 통과한 만큼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도 큰 무리 없이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평원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개정안은 중계기관을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면서 "의료계와 중계기관 등을 두고 이견이 있는 만큼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의료계의 주장대로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려면 보험사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을 들여야 하고, 결국 동네 의원까지 시스템이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현행과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면서 "가입자의 청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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