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후폭풍, 증권가 "악재 아냐"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3.14 07:27 ㅣ 수정 : 2023.03.14 07:34

SVB 파산 사태 여파, 안기적 증시 변동성 있어... 그 영향력은 "제한적"
과도한 공포함 형성은 투자자들 심리 위축 요인....사태 예의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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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입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으로 시스템리스크 공포감이 국내 주식시장으로까지 번질지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SVB가 파산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SVB의 영업을 중지시킨 뒤,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보호 절차를 밟았다. 

 

이번 SVB의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주식시장에서는 새로운 악재인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행히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자,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SVB 파산 사태 여파로 단기간 증시 변동성은 있겠으나,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물론 은행 파산 사태가 호재성 재료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본 원인이 고금리 현상인 만큼 이번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단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SVB 파산 사태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짐작했던 전일 국내 증시가 예상외 강보합세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7% 오른 2410.60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한때 지수가 밀리며 2,370선까지 후퇴했다가, 이후 상승 탄력을 받았다. 이날 기관이 3000억원 넘는 순매수를 하며 장을 이끌었고, 외국인도 6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증권가는 이번 SVB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이 3월 FOMC에서 ‘빅스텝’(0.50%포인트 기준금리 상승)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어서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SVB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3월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약 70% 정도 반영했다. 현재는 이 가능성을 17%로 낮춰 잡은 상태다. 최종금리 전망치 역시 5.69%에서 5.14%로 내려왔고, 심지어 연말 금리 인하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 주 고객층은 바이오와 테크 관련 신생 스타트업인 만큼 관련 업종의 투자심리는 단기적으로 불안하겠으나, 증시 전반에 걸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IPO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은 크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줄 지점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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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SVB 파산사태 여파로 단기간 증시 변동성은 있겠으나,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도 긴장의 끈을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요인, 사태 진행 추이, 미 당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날 오전 각각 점검회의를 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한국은행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SVB 파산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SVB 사태로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이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가 조정 시 매수 대응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SVB의 파산 사태 원인은 포트폴리오에 미국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긴 문제”라며 “엄밀히 따지면 포트폴리오 운영이 잘못되면 은행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여하튼 미국 정부가 그걸 다 보증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일 텐데, 시장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이 큰데 너무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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