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2023년 토끼 해를 맞아 토끼를 활용한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물론 용맹함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우리민족의 탄생 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친근한 호랑이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콜라 마시는 토끼 광고다. 토끼가 콜라를 마셔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보편적 경험과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2023년 리얼매직 편]
할머니 토끼가 집에서 정성스럽게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과거 손자 토끼와 함께 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다. 곧 준비한 당근을 보자기에 싸서 손자의 집으로 출발한다.
손자가 사는 도시에 도착한 할머니는 낯선 도시의 모습에 당황한다. 손자의 집에서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 있지만 할머니 토끼는 자기가 가져온 초라한 당근과 달리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며 주눅이 든다.
이때 옆에 있던 손자 토끼가 할머니 토끼에게 콜라를 건넨다. 토끼 가족들의 환대에 주눅들어 있던 할머니 토끼도 마음을 열고 준비해온 음식을 식탁 가운데에올려 놓는다. 이로써 새해 잔칫상이 완성되고 토끼 가족들은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
Na : 새해를 맞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할머니 / 손자와 함께 코카콜라를 마시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 그럼 출발해 볼까요?
하지만 할머니에게 도시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죠. 알록달록 화려한 음식들 앞에서 할머니 음식은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지는데요. 바로 그때 코카콜라의 마법은 시작됩니다 / 와 멋진 새해 식탁이 완성되었네요
자막 / Na : 새해 마법처럼 함께/ 코카콜라 리얼 매직
사람대신 토끼가 등장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대한민국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어릴 적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가 명절에 농사 지은 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보자기에 싸서 도시에 사는 손자의 집을 방문하던 아주 낯익은 모습이다.
어른이 된 지금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제과점에서 파는 케익을 먹었던 나를 보며 할머니께서 느꼈을 서운함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싫어진다. 또한 가족에 대한 배려라곤 없던 철없던 그 시절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광고쟁이로서 이 광고를 보며 느낀 것은 우리가 경험한 명절의 흔했던 장면을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는 것과 외국 브랜드인 코카콜라도 표현할 수 있는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왜 우리 기업들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선물하라는 일방적 강요만 하는가 라는 부끄러움이다.
코카콜라가 새해를 맞이하여 그 해의 상징 동물을 활용한 광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에도 코카콜라는 호랑이를 활용한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영상 참조)
코카콜라는 동일한 컨셉으로 전세계 공통으로 집행되는 글로벌 브랜드 광고와 지역이나 문화권의 특성을 반영한 로컬 광고를 매우 전략적으로 집행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격언은 지역과 민족에 관계없이 지구촌 모두에게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따라서 내가 즐겨 마시는 브랜드, 즉 My Brand로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친근한 브랜드로 느끼게 만드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일상 곳곳에서 자주 눈에 띄게 만드는 방법이 최고다.
그것도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이러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낮추는 것이 바로 현지인의 보편적 정서를 활용한 현지화 전략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