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7.20 08:40 ㅣ 수정 : 2022.07.20 08:40
증선위, 9곳 증권사 상대 과징금 487억원 부과...시장질서 교란행위 '무효' 증권사, 시장조성 활동 중단...금융위·거래소, 시장조성의무 이행점검 강화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증권사 9곳이 호가 정정을 통해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역대급 규모의 과징금을 통보한 데 따른 금융당국과 증권사 간 팽팽했던 논란이 걷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회의 4회를 포함해 총 6회의 회의를 통한 심의 끝에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9일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인 9개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으로 볼 수 없으며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심의·의결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인 증권사 9곳을 상대로 과징금 487억원 부과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대상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국내 6개사와 골드만삭스, SG, CLSA 등 외국계 3개사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주식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 거래 시장이 원활하도록 미리 정한 저유동성 종목(시장조성대상종목)에 대해 지속적 매수·매도로 양방향 호가를 제시한다.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가 적정가격의 호가를 시장에 상시로 제시하면서 투자자는 원하는 시점에 즉시 거래가 가능해진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증권사 9곳이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해당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시장을 살리라고 독려한 제도인데 당국에서 과징금을 내린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다.
금융당국은 체결 전 호가, 정정, 취소까지 포괄해 들여다본 후 내린 통보였다며 증권사들이 이미 거래량이 풍부해 시장조성 역할이 필요 없는 대형주와 같은 종목에도 시장조성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역할을 수행했다고 항변하며 시장조성자로서의 활동을 멈췄다. 증권사들은 과징금 부과가 철회되기 전까지는 시장조성자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기준이 모호’해 선명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쟁점에 앞서 시장조성자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과징금 부과 등 징벌적 처분보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무게를 뒀다.
정삼영 연세대 교수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도록 제시하는 것이 증권사의 역할이다”며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중소형주들 상대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라고 했는데, 사전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이고 이 기회로 확실한 정리정돈이 우선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증선위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포함해 총 여섯 차례 회의를 통해 심의를 한 결과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취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95.68~99.55%)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2020년 시장전체 주문(시장조성자 거래 포함)의 하루 평균 정정·취소율이 약 94.6%에 해당했다.
특히 증선위는 금융당국이 승인한 제도에서 시장조성자의 특정 행위 유형이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전 가이드라인도 없었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증선위 한 관계자는 “시장조성호가 정정·취소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최종 의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금감원 조사 취지 및 증선위 심의 내용을 고려,해 시장조성자 활동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선정과 제도개선 검토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성자 증권사 9곳은 지난해 9월 1일 금감원의 조치예정 내용 사전통지 이후 현재까지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활동을 중단해온 상태다.
금융위는 적극적인 시장조성 유인 제공을 위해 시장조성자 성과 평가 시 시장조성실적 배점을 대폭 확대(60→90점)하고, 일정 기준 미달의 경우는 다음 연도 시장조성자 선정에서 배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조성 호가에 대한 점검 주기를 기존 반기에서 분기로 줄이고,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기 매매 관련 시장감시업무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