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 BDC 가시화, 시장 호재 될까... 증권사·자산운용사 물밑 작업 '시동'
BDC 출범, 이르면 올 하반기 도입... ETF·SPAC처럼 거래소 매매 가능
증권사, 비상장기업 리포트 발간 확대...자산운용사, 유니콘ETF 등장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일반투자자도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기업성장펀드)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증권사들은 WM(자산관리)이나 IB(투자은행) 부문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비상장기업 리서치를 강화하는 등 물밑에서 선점 경쟁 구도를 벌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는 이르다는 평가다.
■ BDC 출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도입...ETF·SPAC처럼 거래소 매매 가능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BDC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4년여만이다.
BDC는 비상장기업 등에 투자하는 폐쇄형 펀드로 상장지수펀드(ETF)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처럼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가 쉽게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벤처·혁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도 상장을 통해 환금성을 높인 새로운 형태의 펀드다. 다만 펀드 기준가 산출, 비상장기업 정보공개 범위 등에 대한 세부안에 나오지 않아 시장활성화 효과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BDC는 제도적으로 인가를 통해 펀드 운용은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주체(증권사·자산운용사·벤처캐피털)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과 운용인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상장사 일부를 BDC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 비상장사로만 구성된 편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도록 길을 터놓을 방침이다.
설정된 펀드는 '인내하는 모험자본' 조성이 가능하도록 최소 5년 이상 존속하며 중도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운용전략은 최대한 유연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도록 하고 공모펀드와 달리 순자산의 100% 이내에서 차입이 가능하며, 대출 업무도 허용된다.
하지만 공모펀드의 성격을 고려해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하고 동일기업 투자한도(자산총액 20% 이내) 규제 등을 둔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용주체가 최소 5년간 5% 이상 의무출자를 하도록 하고 주요 피투자기업의 경영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그간 금융투자협회의 K-OTC와 서울거래 비상장,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에서 개별주식만을 거래했지만 기업성장펀드의 등장으로 비상장사 여러 곳을 분산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벤처투자는 공공과 기관의 자금을 중심으로 불균형적으로 성장해 왔다. 시장 규모는 날마다 커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각종 제약으로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는 BDC를 활용한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벤처캐피탈(VC)의 참여를 제약하는 물적요건과 이해상충방지체계, 대주주요건 등 인가요건에 대해 규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DC는 비상장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VC와 비슷하고, 상장을 의무화해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SPACs과 유사하며, 지분투자도 하지만 대출도 많아서 철마다 배당·이자가 나온다는 면에서는 REITs와 비슷하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시장과 비상장·스타트업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를 재차 활성화할 새로운 기구(vehicle)가 도입된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며 “투자심리 개선과 신규 자금 유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는 증권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며 “증권사가 운용주체가 될 경우 직접 설립한 BDC나 BDC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주관업무를 공동주관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 증권사, 비상장기업 리포트 발간 확대...자산운용사, 유니콘에 투자 ETF 속속 등장
다수의 증권사, 자산운용사는 BDC 사업 진출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고 보고 투자 고조 등에 대해 검토 중이며,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조명받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비상장기업 분석을 다룬 ‘투자의 시대 비상장’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2019년 10월 1호 발간 후 2년7개월간 비상장기업 발굴을 목표로 100호까지 총 114개의 비상장기업을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최근 가세했다. 각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섹터 내 비상장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분석한 리포트 'V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비상장회담, N잡러의 시대’ 등을 통해 비상장사 리서치를 발간했다. 리포트는 크몽, 숨고, 위시캣 등 인력 매칭 플랫폼기업과 종목 분석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트렌드 파악에 대해 다뤘다.
KB증권은 지난해 10월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하고 그해 11월부터 무신사, 야놀자 등 우량 비상장기업을 분석한 보고서인 ‘케비어(케이비 비상장 어벤저스)’를 발간했다.
신한금융투자 지난해 리서치조직 재정비를 통해 '비상장·벤처팀'을 신설한 뒤 '유니콘을 찾아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자산운용사들 역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과 창업투자회사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하며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유니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ARIRANG K-유니콘투자기업액티브 ETF를 유가증권에 상장했다. 주요 구성 종목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카쉐어링 플랫폼,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 운송, 엔터테인먼트, 핀테크 플랫폼 등 유니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KB자산운용은 벤처캐피탈 투자에 주목했다. 올 5월16일 ‘KBSTAR Fn창업투자회사’ ETF를 출시했다. 우리기술투자와 SBI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아주IB투자 등 창업 투자사 14종목으로 구성됐다.
현대자산운용은 첫 상장지수펀드(ETF)로 국내 최초 기업의 연구개발(R&D)에 주목하는 '현대 UNICORN R&D 액티브ETF'를 상장했다. 기업의 R&D 역량에 주목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ETF로 특정 섹터나 테마,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고 연구개발이라는 큰 방향성에 집중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로 올 하반기 중 법안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중심의 새로운 자금공급수단인 BDC 도입은 새 정부의 4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인 민간 중심 역동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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