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82)] 흑자전환 신호탄 쏜 신신제약 이병기 대표, BM전환보다 강점 극대화

이태희 입력 : 2022.07.10 23:35 ㅣ 수정 : 2022.07.13 10:10

서울공대 나온 교수 출신, 단독대표 취임 1년 만인 올 1분기 흑자전환 성공
60대에 CEO로 변신 시작했지만 ‘장수 유전자’ 계산하면 이제 출발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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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제약 이병기 대표이사 [사진=신신제약]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신신제약 이병기 대표이사(65)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최고경영자(CEO)이다. 1년여 전에 단독대표로 취임했지만, 이제 천붕(天崩)의 아픔을 딛고 신신제약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가야 한다. 

 

대한민국 1호 파스인 ‘신신파스’를 탄생시킨 신신제약 창업주 이영수 명예회장이 지난 6일 향년 96세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이병기 대표는 고인의 장남이다

 

■ 시기심을 순화시켜주는 전문직 출신...서울대 나와 27년 동안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재직 / 2018년 신신제약 각자 대표로 ‘가업 승계’ 도전 나서

 

이 대표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7년여 동안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전형적인 이과 엘리트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는 4차산업혁명이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는 요즘 시대에 취업이 잘되는 ‘취업 깡패’ 학과의 대표주자이다. 이 대표가 입학했던 1976년에도 서울대 공대의 간판학과였다. 

 

따라서 국내 제약기업 오너 2세 경영인 중에서 소위 잘나가는 전문직 출신 유형으로 꼽힌다. 이처럼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던 인물이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으면 사회적 거부감이 덜하다. 부친이 기업을 물려주지 않아도 직업적 성공을 거뒀을 것이라는 가설이 보통 사람들의 ‘시기심’을 순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상 ‘미담’이 되는 건 아니다.  

 

대웅제약의 오너 2세는 검사출신이지만 구설수에 올라 2선후퇴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 비하면 이 대표는 잡음 없이 최고경영자(CEO)라는 제2의 인생을 순탄하게 열고 있다. 2018년 1월 신신제약 각자 대표에 취임했다. 이영수 회장, 매부인 김한기 부회장과 함께 3인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전까지 이 대표는 회사 등기임원으로는 등재돼 있었지만 비상임 감사와 신사업개발 이사 정도의 직함만 갖고 있었다. 본격적인 경영참여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대표의 취임은 신신제약이 ‘사위 경영’에서 ‘아들 경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여년에 걸친 학자의 삶을 마치고 ‘가업 승계’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영수 회장은 지난 2020년 초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1년 간 이 대표와 김 부회장의 각자대표 체제가 지속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단독대표로 취임했다. 김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 회장으로 승진한 뒤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부친인 이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2선 후퇴했다. 

 

김 회장은 신신제약 이사회 의장을 맡아 미주법인 경영 및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하는 업무분담을 이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창업주의 장남인 이병기 대표에게 경영전권을 일임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2세 오너경영 체제’의 구축이다. 2018년 1월~2021년 3월에 이르는 3년 동안의 과도기(각자 대표체제)동안 이병기 대표의 경영능력은 세밀한 검증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 불확실성에 도전해 성공을 거머쥐었던 선대회장...이병기 대표도 ‘안정’보다는 ‘변화와 혁신’에 방점 찍어 / 확고한 '오너 2세 경영체제' 구축이 과제 

 

고(故) 이영수 명예회장은 지난 1959년 신신제약을 창업했다. 한국기업이 파스를 만들지 못해서 일본산만 유통될 때 ‘신신파스’를 만들었다. 신신파스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뚜렷한 목적의 결과물이다. 이 명예회장이 중국 대연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화학 기업에서 일하면서 국산 파스 개발을 꿈꾸면서 창업에 나섰고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1970년대 흑백 브라운관 TV시절에 신신제약의 신신파스는 주요 광고주였을 정도로 히트상품이었다. 2017년 2월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따라서 신신제약은 해방과 전후의 격동기를 겪었던 대한민국에서 용솟음쳤던 기업가 정신의 산물이다. 불확실한 목표에 도전해 성공하고 그 결과 시장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이병기 대표도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어왔다. 선친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심적인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모델(BM)혁신보다는 ‘강점의 극대화’를 경영노선으로 잡았다는 게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대표는 2018년 취임 이후 신신제약의 강점인 일반의약품 패치제(파스류)의 생산공장 증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주력해왔다. 투자는 비용 요인이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2016년 55억원에서 2017년 47억원, 2018년 33억원, 2019년 26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2020년에는 영업손실 41억7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2021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13억4300만원으로 축소됐다. 

 

1987년부터 2017년까지 30년 동안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게 1999년 한 차례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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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그래픽=김영주]

 

영업이익 감소는 도약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생산공장 증설과 R&D 투자 확대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세종공장과 마곡R&D센터에 각각 투자된 비용은 620억원과 140억원이다. 총 760여억원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 146억원 중 142억원을 시설비용으로 투입했다. 

 

이 같은 투자비용 일부를 생산원가에 반영시켜온게 표면적인 경영악화 요인이었다. 세종공장 감가상각비의 경우, 2020년 21억원과 2021년 30억원이다. 마곡센터 감가상각비는 2020년 32억원, 2021년 50억원 등이다. 

 

4년에 걸친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었던 셈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2016년 1.7%에서 2020년 3.1%까지 늘어났던 것만 봐도 그렇다. 영업이익 감소 기간과 연구개발비 비율 증가 기간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올해 들어 흑자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신제약은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1분기에 매출 193억 2100만원, 영업이익 8억 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분기에는 매출 162억 900만원, 영업손실 10억7500만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8억원 정도 증가해 적자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경우 3년 만인 올해 연말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병기 대표가 그 전에도 감사로 회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2018년 각자 대표 취임 이후부터 회사일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표 취임 이후 연구개발을 강조했고 공장 투자 등에 박차를 가했고 그게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공학 교수를 지낸 이 대표는 신공장 시스템 효율성 증대 등에 역점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 1분기 흑자전환이 이뤄진 것을 분석해보면, 2019년에 신공장 투자, 2020년 마곡 사옥 분양 등으로 투자비용이 들어가다가 이제 회복세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복세를 바탕으로 확고한 '오너 2세 경영체제'를 구축, 혁신의 방향을 제시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 65세 오너2세이지만 늦깎이 아닌 이유는? 

 

이 대표는 올해로 만 65세이다. 학계를 떠나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2018년에 이미 61세였다. 그전까지는 신신제약과 무관한 산업공학과 교수로 일했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보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늦깎이 CEO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인간의 전성기가 길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장수 유전자’ 변수를 대입해보면 늦깎이라고 볼 수 없다. 부친인 이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최고령 CEO라는 기록을 보유했던 인물이다. 지난 해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때 나이가 95세이다. 

 

부친의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이 대표는 앞으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신신제약의 경영을 책임져야 한다. 앞으로 활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초로의 CEO가 아니라 앞길이 창창한 CEO초년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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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신신제약의 주가동향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네이버 금융]

 

■ 신신제약이 김동연 관련주로 분류된 까닭은 ‘실화’인가?

 

신신제약은 지난 해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관련주로 분류됐다. 이유는 김 지사와 이병기 대표가 미시간대 동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일까. 김 지사와 이 대표는 모두 1957년생 동갑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뒤 1983년 미국 미시간대교로 유학을 가서 1992년 산업공학박사를 받았다.

 

덕수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야간인 국제대학교(법학학사)를 졸업한 김 지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지만 그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김동연 관련주 보도가 나오면 별 다른 언급 없이 미소 짓는 정도라고 한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와 이 대표가 아는 관계냐”는 질문에 대해 “두 분이 미시간대 동문 정도라는 정도이지, 재학기간이나 인연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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